내가 취향에게 가겠다

by 뚜벅초

좋아하는 것 대신 해야 하는 것을 주로 수행하며 살아왔던 시절, 늘 녹초 상태로 살던 내게 그나마 즐길거리를 주는 것은 스마트폰 속 알고리즘이었다. 엄지 손가락을 스크롤하는 것만으로도 끝도 없이 새로운 콘텐츠가 오감을 사로잡았다.

요즘은 두쫀쿠가 유행이래, 아니 이제 한 물 갔고 버터떡이 대세래.

아직도 <왕사남>안 본 사람 있어?

요즘 무슨무슨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가 그렇게 재밌다는데,

여기가 핫플이고 이걸 안 봤으면 트렌드 놓친 거고...라며 다양한 것들을 권유하다 못해 강요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알고리즘의 속도처럼 트렌드의 수명도 점점 짧아졌고 한 달만 지나가도 최신 트렌드는 퇴물의 대열로 넘어갔다. 대중들은 '틀딱'과 '꼰대' 취급을 받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요즘 젊은 애들한테 유행이라는 것을 주워삼켰고 뭐가 좋은 건지도 모른 채 좋다고들 하니까 장단에 몸을 맡겼다.

알고리즘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는 주체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새로고침 전 이용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날이면 날마다 더욱 자극적인 썸네일을 내보인다.

웬만한 자극에는 끄덕도 안 할 정도로 도파민과 하나가 된 현대인들은 점점 더 강하고 자극적인 것을 추구한다. 가장 강렬하게 말초신경을 자극한 것을 보고 '이게 내 취향이구나'라고 생각하곤 한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누가 누가 더 많은 도파민을 뿜어내는지 경주하는 듯한 알고리즘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어서인지, 하루가 멀다하고 갈라치기와 싸움을 피드 최상단에 올리는, 알고리즘 기반 SNS를 모조리 삭제했다.

한때는 개인화된 취향의 본산지와도 같았던 SNS들은 어느샌가 거대 자본들의 품에 안기면서 '인기 콘텐츠'라는 명목으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고의적으로 대결의 링 안에 맞붙였다. 그리고 그곳에선 매일 눈뜨고 볼 수 없는 상호 비하와 혐오가 넘실거렸다.

이런 걸 굳이 봐야 할까. 이런 걸 과연 정보라고 할 수 있을까. 갈등은 남의 싸움일 때나 재미있지 내가 그 당사자가 되면 그저 폭력일 뿐이다. 실제로 알고리즘 속 사상의 극단들은 슬슬 현실 세계로 넘어오며 알고리즘 밖 사람들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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