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로잉맘 이다랑 Nov 16. 2018

일의 문턱에서, 못난 나를 마주할 때.


선생님들이 일에 적응이 되고 주도적으로 움직이며 안정을 찾기 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비로소, 아 이제 우리 같은 마음과 에너지로 가고 있구나! 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회사에도 내 마음에도 안정감이 찾아온다. 

이렇게 되기 까지 몇번의 고비가 지나간 것 같다. 지난 몇달 간 선생님들은 개인적으로 번갈아 가며 내적인 고민을 털어놓았다. 엄마가 갑자기 일을 하게 되면서 찾아온 아이들의 마음변화, 그것을 바라보며 '과연 괜찮을까?' 요동쳤던 마음, 빨리 적응하고 잘하고 싶은데 마음을 따라가주지 않는 집중력과 체력, 너무 오랜만이라 낯설기만 한 문서와 엑셀작업들, 왜 한번에 이해를 못하는걸까? 무능해진것만 같은 스스로를 탓하는 마음.  호소하는 그 수 많은 감정의 고비를 몇 번이고 지나며 한 분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이제는 누구보다 주도적으로 기쁘게 일을 끌고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  

생각해보면 공백을 깨고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 나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었던 것 같다. 강의를 하다가 모든 것이 블랙아웃 되어 어버버 하기도 하고, 설명하는 것을 한번에 따라잡지 못해서 멍해지는 나를 탓하기도 했으며, 내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아이와 관련된 변수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늘 달고 살아야 했었다. 

그 고비를 지나갈 수 있었던것, 포기하지 않고 올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또 다른 엄마동료의 지지였다. 누군가에게 이런 속내를 나눌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쪼그라지고 그저 못나게만 느껴지던 그 때의 나를 다독일 수 있었던 것 같다. 혼자 스스로를 자책하며 시간을 보냈다면 나는 오래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그로잉맘 선생님들과 함께 또 같은 고비를 넘으며, 나는 우리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엄마로만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의 점을 하나 더 찍어야 할텐데- 라고 생각하며 막막함을 느끼는 마음도, 다시 시작하는 일의 문턱에서 쪼그라들며 무기력해지는 마음도, 일을 병행하지만 여전히 시시때때로 갈등하며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주게 되는 마음도 모두 다 엄마라는 시간안에 연결되어 있는 감정들이 아닐까?

그렇기에 나는 우리가, 서로가 서로에게 들어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서로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우리는 '엄마' 라는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