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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종문 Oct 05. 2024

의사들이 한약을 불신하는 이유

한약이 의약품이 되지 못하는 이유

많은 의사들이 한약을 믿지 않는다.

병증을 관리할 때 한약의 복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분도 많다.

왜 그럴까?

한약에 관련해서 한의사라는 제도권의 의료인력이 있다.

한의사가 처방하고 조제한 것이 한약이다.

그런 한약을 왜 의사들은 불신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한약이라는 이름의 민간요법, 민간처방 때문이다.

한약도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의해 검증된 처방을 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이 규격집을 벗어나 검증되지 않은 처방의 한약은 그 효과도 보증할 수 없고 그 독성도 예측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누구는 이렇게 해서 병을 치료했다라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병은 겉으로 드러난 증상은 같아도 그 원인은 천차만별인데 그 경험만으로 같은 처방으로 치료를 한다는 것은 복권에 당첨될 행운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민간요법, 민간처방 외에도 한약은 복용해야 할 약의 양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약은 수천 년 동안 사람이 복용해 그 효능이 검증되었다.

현재 개발되는 신약이 단계별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해 그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듯이 한약도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복용하며 그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해왔다.

그런데 왜 의사들은 현재 개발된 의약품에 대한 위험성보다 한약의 위험성을 높게 생각할까?

한약은 그 위험성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개발된 의약품은 그 성분과 함유량이 정확히 정해져 있고 그것을 과다 복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다.

한약은 한의사가 처방을 내리고 탕전원에서 정확한 정량에 의해 조제되어도 그 위험성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한약이 효과가 있다면 한약의 재료가 되는 약초에 그 효과를 내는 성분이 있다.

문제는 약초들은 대부분 식물이고, 식물은 대부분 성장과정의 환경에 따라 그 성분이나 함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요즘 같이 기후환경의 변화가 옛날과 많이 달라진 시대에는 더 심할 것이다.

같은 약초를 같은 방법으로 전처리하고 같은 탕전원에서 정확한 정량에 의해 조제하지만 그 재배된 시기나 장소에 따라 약초 내의 성분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한약이지만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 아주 작은 양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효과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아주 작은 양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약과 독은 양의 차이에 있다는 말이 있다.

몸에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많이 복용하면 우리 몸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양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원래 먹던 한약의 양대로 먹어서 몸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화학성분은 몸에 분해가 되지 않아 축적되지만 식물(천연물)성분은 몸 안에서 대사를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상관없다는 말을 한다.

식물이 가지고 있는 성분도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사용한다.

의약품 중에는 성분은 식물에서 발견했지만 화학적으로 합성한 의약품도 많다.

식물(천연물)이라도 대사를 통해 배출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식물(천연물)이라도 많이 먹어도 되는 것은 없다.

설사 대사가 되는 성분이라고 하더라도 대사를 통해 분해를 할 경우 간을 비롯해 장기에 가해지는 부담이 큰 경우가 많다.

의사들이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이라도 불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성분이 얼마만큼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약초를 이용해 한약을 조제하고 정확한 복용량에 대한 기준도 없이 복용하는 부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의약품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약초가 가지는 효능 성분을 이용해 천연물 의약품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한약과 천연물 의약품은 전혀 다른 것이다.

천연물 의약품은 천연물(식물 등)의 효능 성분을 추출, 정제 가공 과정을 거쳐 원료의약품(API)을 만들기 때문에 앞서 한약에서 언급한 불균일한 효능성분이나 불확실한 복용량에 대한 제한이 없다.

한약은 현재 약초들을 혼합 조제를 먼저하고 물로 추출하는 것이라 약초들이 가지는 효능성분의 분포나 양이 표준화되지 않으면 의사들의 불신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약은 올해부터 몇몇 질환을 대상으로 약으로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을 계기로 한약에 대해 가지는 불신을 해소하고 많은 사람들이 한약을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는 한약도 의약품과 같이 정확한 복용량에 대한 기준이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약초들이 가지는 효능 성분에 대한 균질화와 표준화가 필요할 것이다.

추가로 이야기하면 약초들의 균질화와 표준화 이후는 각각의 효능성분이 어떻게 그런 효능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기전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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