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녀부장 Nov 14. 2023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새벽에 잠에서 깨는 날이 생겼다...

새로 오신 사장님의 커리어 초반부가 내 분야와 겹쳤다. 이것은 굿시그널인가? 그 반대인가?

행복회로를 쎄게 돌려봤지만 뒷골이 당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슬픈 예감이 제발 빗나가길...


첫 오리엔테이션 미팅에서 내가 맡은 조직과 1~2년 내 주요 업무계획을 설명드렸다. 

그리고 7년 동안 미뤄왔던...더 정확하게는 나는 회사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고경영진을 설득해내고 밀어부칠 의지가 부족해서 옆으로 살짝 밀어둔 일들도 담담히 설명드렸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생각했고, 내가 고하지 않아도 사장님은 금방 알아 차리실 것들이었기에. 


‘브랜딩, 그게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야, 나 완전 좋아해'

사장님이 세상 밝은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하아...역시...이제 밀린 숙제를 몰아서 할 때가 되었구나.

제대로 판이 깔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이제 한동안 머리가 터지게 일을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곧 내 부서에서 진행하는 업무들이 하나씩 스톱되기 시작했다. 사장님께서 회사를 파악하고 새로운 방향을 세울 때까지 잠깐 멈춤. 

예상과는 다른 속도였다. 3개월 정도는 회사를 파악하시면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추려내는 일에 집중하실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난 후에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시작부터였다. 사장님과의 미팅은 대부분 ‘그거 바꾸자, 다르게 해보자'로 시작되고 마무리됐다. 준비해갔던 내용을 제대로 설명드릴 기회도 좀처럼 주어지질 않았다. 


나도 변화 꽤나 좋아하는 사람인데...’어떤 일이라도 이전과 100% 같은 형식과 내용으로 진행해서는 안된다’를 일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사장님의 이런 변화 요구가 좀 불편했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나도 입사 초기 3년 동안 많은 것들을 바꾸고 새로 만들기도 했다. 그때의 나의 원칙은 ‘전임자의 공적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유지할 것은 유지한다. 기존 방식대로 직접 운영해보고 필요한 변화의 방향을 정한다'였다.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서울시장 바뀔 때마다 짓고 허물고 널뛰는 정책을 보면서 내 일에서는 저런 뻘짓은 하지 않겠다 생각했다. 

그랬다. 불편함의 원인은...’사장님께서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바꾸자고 하시는 걸까’하는 의문이었다. 

흠, 생각할수록 배알이 꼬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대수가 아니다. 

지금 집중할 것은, 나는 어떻게든 이 풍랑을 헤치고 내 팀과 함께 이 시기를 유능하게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칭 파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