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병원가봐야 하는거 아니가?”
2년전쯤인가, 남편이 진지하게 말했다.
무엇이든 너무 잘 잊는 나를 보고, 남편이 머리에 이상 있는거 아니냐며…
오늘이 몇일인지, 무슨 요일인지 항상 헷갈리는 건 기본이요,
유치원생 아들의 수저통을 잊고, 초1 아들의 준비물을 아예 까먹을 때도 있다.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바로 어제 일이다.)
“오늘 저녁은 보쌈”
“알겠다”
배민 주문을 전화로 부탁하는 남편.
먼 거리에 있는 미술학원에 가는터라, 버스가 언제오는지 목을 빼고 기다리다가 잊었다.
초행이라 버스정류장을 헤매고, 버스를 3번 갈아탔더니 혼미해진 정신. 천신만고 끝에 학원 건물에 도착했으나,
스트릿 상가라, 블럭과 호수를 찾으며 미궁을 헤맸다. 도착한 학원건물에서도 한참을 헤맸다.
드디어 도착한 학원에서 재빨리 숙제를 꺼내고 선생님과 대화하다 보니.. 아예 잊어버린 남편의 존재.
걸려온 남편의 전화는 그냥 꺼버린 채로… 어느덧 시계를 보니 10시!
“보쌈이 안온다.. 보쌈 언제오노” “애들이 배고프다고 하는데 보쌈 언제오노”
부재중 남편의 전화와 카톡… 그런데 정말 까맣게 잊어버렸다.
“아뿔싸. 저녁 안 시켰네!“
이런일이 어제도, 오늘도 있는 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노화일까. 아니면 병원을 빨리 가야하는 걸까.
2년전에 찍어본 mri에서는 정상이었는데.
쪼끔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