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면
내가 발을 딛고 있던 지구라는 것의
그 광활한 크기를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
왼쪽도, 오른쪽도 끝이 없는 걸 보면 말이야
그 어딘가에서 이 파도는 시작되었겠지
저 끝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널 내 발아래에 데려다주었겠지
나의 파도라는 직감이 들면
무릎 아래를 회전시켜 물아래 큰 원을 그린다
그리고 보드에 가슴을 대고
널 올라타기 위한 시동을 건다
하나 둘 셋, 덜컥!
이제 몸을 일으켜 재빨리 두 발을 디디면
스르르 바다 위를 미끄러져 나간다
찰나 같지만 영원 같아
그 미끄러지는 순간은
푸른 젤리 위를 타고 내리는 느낌이야
펌핑을 하면 하면 할수록
잊을 수 없으니까 다시 돌아가자
그리고 다시 앉아 수평선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