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았던 프라하의 10월
4일 동안의 짧은 바르셀로나 여행을 마치고 체코 프라하로 가고자 호텔 로비에서 픽업 기사님을 기다렸다.
호텔 앞에 정차한 SUV 한 대. 40~50대로 보이는 인상 좋은 기사님이 내리셨다. Seongeun Cho 내 이름을 확인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신랑이 잠깐 화장실을 간 사이 커다란 29인치 캐리어 2개, 기내용 미니 캐리어 1개를 차에 실었다. 신랑이 올 때까지 기사님과 대화가 시작되었다. 기사님은 콜롬비아 사람이고, 바르셀로나로 이주해 살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대해 얘기하다가 애국심이 차오른 난 "Do you know BTS?"를 물어보고 말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라고 열심히 설명했지만 아쉽게도 기사님은 모른다고 했다.
BTS는 모르지만 자신의 아들도 노래를 잘해서 가수를 꿈꾼다고 하셨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보여주면서 아들이 보이스 오브 스페인(La Voz)에 출연했다며 여느 아버지처럼 아들 자랑을 시작하셨다. 아드님이 노래를 정말 잘한다고 대단하다고 칭찬을 했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하셨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출발했다.
차에 타서야 미처 우리가 놓쳤던 바르셀로나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기사님은 우리의 아쉬운 마음을 눈치챘는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더 건네셨다. 넷플릭스에서 몇 가지 한국 작품을 접했고, 리정혁(현빈), 윤세리(손예진)가 주인공인 '사랑의 불시착'을 안다고 하셨다. 이러한 관심이 한국인 고객에 대한 존중으로 느껴져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일정 상 못 간 몬주익 언덕을 지나가는 길. 저녁이 되면 이곳에서 분수쇼를 한다던지 여러 볼거리가 많으니 바르셀로나에 또 온다면 꼭 가보라고 하셨다. 바르셀로나에 꼭 다시 와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다.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내렸다. 프라하에서도 행복한 여행을 하라며 "Goodbye, My buddy."라고 인사를 건네던 기사님. 30분 동안의 짧은 인연이었지만 기사님 덕분에 바르셀로나 여행의 마지막날도 즐거웠다.
바르셀로나 공항 안 약국에서 항공성 중이염을 완화시켜 줄 약을 사고 체크인을 했다. 드디어 나의 로망이자 버킷리스트였던 체코 프라하에 가는구나. 유로윙스를 타고 2시간 25분을 날아 동유럽의 꽃, 체코 프라하에 도착했다.
수화물을 찾고 우리를 호텔로 데려다줄 픽업 기사님을 만나러 갔다. 주차장에 가자마자 느껴지는 살짝 쌀쌀한 날씨. 같은 10월이라도 바르셀로나보다 프라하가 더 춥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몸으로 느끼니 프라하에 도착한 것이 실감 났다. 우리가 4일 동안 묵을 호텔로 가는 길, 바르셀로나랑은 또 다른 풍경이었다. 이상하게도 익숙했던 바르셀로나에 비해 이국적인 느낌이 강한 프라하. 날씨, 풍경, 공기 모두 다른 것이 내 여행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987 Design Prague Hotel이다. 기차역, 트램 정류장이 근처에 있어서 교통편이 좋은 것은 물론 프라하에서 꼭 가봐야 하는 구시가지, 화약탑, 바츨라프 광장이 가까워서 동선이 매우 편리한 호텔이다. 체코어를 하나도 모르고 갔지만 호텔리어분이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체크인부터 순조로웠다.
우리 룸의 커튼을 젖히니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스페인과는 또 다른 동유럽만의 감성, 아기자기하고 컬러풀한 분위기. 마치 액자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트램마저도 이 순간이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TIP.
987 디자인 프라하 호텔은 여행사에서 알아봐 준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던 곳이에요. 4성급 호텔이고, 한국인 관광객들도 종종 묵는다고 해요. 조식 먹을 때 한국인 분들을 봤답니다. 관광 명소랑 접근성이 좋고, 조식이 맛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근처에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명한 카페랑 에스프레소바가 있는 것도 장점이에요. 저희는 고층룸을 배정받아서 뷰도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프라하 주간 투어 날 아침이 되었다. 사용할 현금이 부족할 것 같아 호텔 근처 환전소에서 추가로 환전을 했다. 아침 8시, 투어 모임 장소인 바츨라프 광장으로 가는 길. 어렸을 적 동화책에서 봤던 예쁜 유럽 건물과 트램이 내 눈앞에 있었다. 풍경과는 대비되지만 한국처럼 분주하게 출근하는 프라하의 직장인들도 보였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코트의 깃을 여미고 빠르게 걸어가는 사람들 속에 두 명의 낯선 이방인도 섞여서 부랴부랴 발걸음을 옮겼다.
10분쯤 걸어 바츨라프 광장에 도착했다. 바츨라프 광장은 수 차례 프라하 시민 집회가 열린 민주화의 상징적 장소로 알려져 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 선언이 선포된 곳이고, '프라하의 봄'이라고 일컫는 자유화 운동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호텔, 상점, 부티크 등이 즐비한 번화가로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바츨라프 광장. 출출했던 우리는 광장 앞 스타벅스에 들려 간단히 아침을 먹기로 했다. 유럽에서는 흔하지 않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크루아상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더니 잠깐 한국 같았던 기분. 프라하 투어는 어떨까 기대하며 맛있게 먹었다. 많이 걷고, 많이 경험할 투어라 마음도 단단히 먹었다. 배도 어느 정도 채웠고, 발 편한 운동화에 따뜻한 점퍼까지 입었으니 프라하 주간 투어 준비 끝. 가이드분과 함께 할 첫 목적지는 프라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