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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할 성은 Jul 30. 2024

프라하가 내 품에, 프라하성

상상 속 그 유럽 풍경을 껴안다



창문 밖을 보니 함께 투어 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고 있었다. 우리도 얼른 정리를 하고 바츨라프 광장 앞 빨간 트램 카페로 갔다. 우리 포함 20명 안팎의 사람들이 모였고, 가이드분의 활기찬 인사로 투어를 시작했다.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 때와 마찬가지로 가이드분의 설명을 들을 무선 수신기를 받고 이어폰을 꽂았다. 우리가 처음으로 갈 프라하의 관광지는 바로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프라하성. 버스로 이동할 예정이라 교통권 먼저 발권했다.



프라하에서의 첫 버스를 타고 프라하성이 있는 신시가지로 향했다. 버스의 양 옆 창문으로 보이는 프라하의 낮 풍경. 날씨는 살짝 흐렸지만 초록초록함과 여유로움은 숨겨지지 않았다. 낯선 풍경 속을 20분쯤 달려 프라하성에 도착했다. 프라하성으로 들어가는 길은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TIP.

프라하성은 자유 일정보다는 투어로 둘러보는 것을 추천해요. 각 장소마다 스토리가 있어서 가이드분의 설명이 큰 도움이 됐어요. 프라하성 입장료는 250KC였던 걸로 기억해요. 한화로 15,000원 정도였는데, 가이드분이 현장에서 현금을 걷어 예매해 주셨어요. 엄청 넓고 볼 것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프라하성으로 걸어가는 길. 여태까지 보았던 성당과는 다르게 검은색의 압도적인 형상, 굉장히 높고 뾰족한 첨탑을 가진 성 비투스 대성당이 보인다. '외관이 왜 검은색일까? 굉장히 화려한데? 현실적이지 않아' 호기심이 마구 차올랐다.



프라하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 성채 단지로 기네스북에 오른 곳이다. 천 년 이상 체코를 상징하는 중요한 장소이자 관광 명소로 꼽힌다. 프라하성 내에는 흐라드차니 광장, 대통령궁, 성 비투스 대성당, 구 왕궁, 황금 소로 등 체코를 대표하는 다양한 건축물이 존재한다. 마치 영화 세트장 같았는데, 다른 세상, 다른 시간 속에 와있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가이드분의 설명이 끝나고 프라하의 경치를 둘러볼 수 있는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내가 보고 싶었던 그 유럽 마을


바로 이 전망. 내가 상상해 왔던 그 유럽의 풍경이다. 동화 속에서만 보았던 빨간 지붕의 예쁜 집들과 군데군데 존재하는 푸른 나무 그리고 높은 빌딩이라고는 보이지 않으며 왠지 닿을 것만 같은 지평선. 내 머릿속에 존재하던 유럽의 모습이 내 눈앞에 있다. 이 집에도 저 집에도 공주님, 왕자님이 살고 있을 것만 같다. 갑자기 나의 전생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 기록과 대화


풍경을 눈에 담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지만 이곳을 평생 기억하고 싶을 우리. 함께 투어 한 분들과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짧은 대화도 나눴다. 보고, 듣고, 맡고, 먹는 것뿐만 아니라 사진, 영상, 글 등의 기록과 대화까지도 여행을 기억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TIP.

프라하성 안에 스타벅스가 있어요. 이곳에서도 끝내주는 뷰를 구경할 수 있다고 해요. 저희는 가보지 못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은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성 비투스 대성당


프라하성을 대표하는 최고의 건축물, 성 비투스 대성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프라하성 입구에서 보았던 바로 그 성당이다. 10세기 때부터 있던 성당을 다듬고 다듬어 1929년에 완공된 성당이다.

'성당의 외관이 왜 검은색일까? 혹시 불에 탔었나?'

궁금증이 가시지 않았는데 성당 입구에 와서야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성 비투스 대성당은 사암으로 축조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산화되면서 외관이 검은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전쟁으로 인해 불에 그을렸던 것이었을까 봐 걱정했던 마음이 싹 녹았다. 계속 보고 있자니 섬세한 조각들, 높고 뾰족한 첨탑에 검은색이 덧입혀지니 그 위용은 따라올 건축물이 없다.


눈부시게 빛나던 스테인드 글라스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자. 사방에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눈길을 끌었다.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색깔은 신이 잠깐 내려온 것이 아닐까 하는 환상을 갖게 했다. 전형적인 고딕 양식의 성당이었지만 다른 성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성한 느낌을 받았다. 팔에 돋은 소름은 신의 환대가 아니었을까.


성 비투스 대성당의 대표적인 스테인드 글라스인 최후의 심판에는 무려 22만 6천 여개의 유리 조각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정교함과 화려함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알폰소 무하의 스테인드 글라스


성 비투스 대성당은 완공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성당 안에 있는 작품들마다 만들어진 시대가 다르다. 그중에서도 체코의 유명한 예술가인 알폰소 무하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가장 유명하다. 기존의 생유리 조각으로 작업하는 스테인드 글라스와는 달리 유리에 직접 그림을 그리며 가마에 구워내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우아하고도 생동감이 넘쳐 중세 시대의 스테인드 글라스와는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옛날,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성당의 창문에 그림을 그려 성경 내용을 전하던 스테인드 글라스.

현재의 우리에게는 종교를 넘어 역사와 미학, 아찔한 화려함까지 덤으로 전해준다.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해 프라하에서 제일 높은 곳에 지어진 프라하성. 그중에서도 절대적인 믿음으로 지어졌을 성 비투스 대성당, 신이 머무는 이 자리에 인간이 함께 하고 있다. 마음속 깊이 경건함을 표하며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랐다.


성 이르지 성당


성 비투스 대성당을 지나면 비교적 작고 컬러풀한 성당이 한 곳 더 나타난다. 바로 성 이르지 성당이다.

얼핏 외관만 봤을 때는 성당 같아 보이지 않지만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로마네스크 양식이 눈에 띈다. 높이가 낮고, 창문도 작으며, 아치와 천장이 둥글어서 성당이라기보다 작은 성, 아지트 같다. 하지만 성 이르지 성당은 프라하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성당이라는 사실.


황금 소로


성당을 나와 색색의 집이 늘어서 있는 골목, 황금 소로로 왔다. 인간이 바퀴벌레로 변하는 내용의 유명한 소설 '변신'을 쓴 작가 카프카의 집이 이곳에 있다. 국문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 이미 카프카의 변신을 읽은 적이 있어서 더욱 반가운 곳이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10년도 훌쩍 지난 추억과 맞닥뜨리다니. 문학미가 철철 넘치던 대학생 때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 관광객들로 가득 찬 카프카의 집을 비집고 들어갔다. 현재는 카프카 관련 서적과 엽서 등을 팔고 있었다. 과제를 통해 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던 카프카.

'이렇게 또 만나게 돼서 영광이었습니다.'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TIP.

프라하성 입장권에 성 이르지 성당, 황금 소로 등 프라하성 곳곳의 사진이 들어가 있어요. 사진 속 장소에서 입장권을 들고 인증샷을 남겨보세요.




폭- 하고 내 품에 들어온 프라하. 막연한 로망을 지나 처음 마주한 프라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로맨틱했다.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지 않을까.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프라하만의 분위기와 풍경. 이것을 이고 지고 한국에 갖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진 것은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생각나게 한다. 가족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친구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나누고 나눠도 넘칠 만큼 벅찬 프라하의 매력을 4일 치만 훔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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