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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할 성은 Aug 06. 2024

과거와 현재의 공존, 프라하 천문시계탑

구시가지 광장부터 화약탑까지



'지금 내가 중세시대에 와있는 걸까?'

프라하에 와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다. 과거의 건축물과 현재의 건축물이 이질감 없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아름답기도 하지만 혼란스럽기도 하다. 프라하성과 카를교에 이어 나에게 혼돈을 더해준 건축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화약탑이다.


프라하 화약탑


14세기 고딕 양식으로 건축된 화약탑은 과거 프라하 시가지의 관문이었다.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던 때는 화약을 보관했던 곳으로 '화약탑'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현재 화약탑에는 스테인드 글라스와 전망대가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화약탑도 프라하성에서 본 성 비투스 대성당처럼 사암으로 만들어져 자연 산화 현상을 겪으면서 외관의 색깔이 검다. 양 옆 건물과 대비되어 더 고풍스럽게 느껴진다.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TIP.

프라하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대표적인 전망대가 화약탑 전망대, 카를교 전망대예요. 저희는 투어 중이라 전망대를 들리지 못했지만 자유 일정이신 분들은 들려서 프라하의 아름다움을 듬뿍 느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운영 시간 및 입장료를 꼭 체크해 주세요.



프라하 시민회관


화약탑 옆에는 '오베치니 둠'이라고 불리는 프라하 시민회관이 자리 잡고 있다. 외관부터 화려한 이곳에서는 연주회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고, 유명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어서 낮과 밤 모두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화약탑과 달리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로 건축 당시 알폰스 무하, 카렐 슈필라 등 체코의 대표 예술가들이 인테리어에 참여했다. 프라하 시민회관은 체코의 독립이 선포된 장소이기도 해 역사적으로 더욱 의미 있는 곳이다.

가이드분은 우리에게 일정이 될 경우,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을 꼭 보고, 1층 카페의 비엔나커피가 유명하다며 가보는 것을 추천했다. 나와 신랑은 투어가 끝나고 다시 와보기로 했다.


프라하 천문시계탑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이 이어지는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이다. 모든 것은 시간을 따라 변하기도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700여 년 동안 한결같이 같은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존재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시계인 프라하 천문시계다.

15세기 초 시계공 미쿨라시에 의해 제작된 프라하의 천문시계는 체코의 경이로운 보물 중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시계로 현재까지 매시간 깨어 시간을 알려준다. 천문시계 가운데에는 지구가 그려져 있고, 이를 중심으로 3개의 시곗바늘이 돌아간다. 각 끝에는 태양, 달, 별의 모양이 달려있다. 이는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돌아간다고 믿었던 중세시대의 천동설을 보여준다.



매시 정각에 시계 오른쪽의 해골 인형이 움직이면서 종을 치고, 두 개의 창문이 열리며 성경 속 12명의 사도 형상이 돌아가며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황금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끝이 난다. 이를 보고 나니 '혹시 이 많은 사람들 중 시간 여행자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혼 여행자가 아닌 시간 여행자 말이다. 프라하로 건너온 시간 여행자가 있다면 과거의 사람들에게 꼭 전해줬으면 좋겠다. 프라하의 천문시계는 수 백 년의 시간이 흘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시계가 되었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을 말이다.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TIP.

천문시계가 울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매시간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요. 정각에 종이 울리며 창문이 열릴 때 다들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거든요. 이때 소매치기가 극성이라고 합니다. 가방은 앞으로 메시고 소지품 꼭 조심하세요.


높게 솟은 건축물이 틴 성모 마리아 성당
구시가지 광장


프라하에서는 모든 건축물이 역사 속 예술 작품이다. 천문시계탑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구시가지 광장이 나온다. 이곳에는 중세시대부터 유행한 대부분의 건축 양식이 존재한다. 아르누보 양식의 정부 청사, 로코코 양식의 국립 미술관, 바로크 양식의 성 미쿨라셰 성당, 고딕 양식의 틴 성모 마리아 성당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즐비하다. 360도 돌며 이를 바라보니 화약탑에 이어 한 번 더 혼돈이 찾아왔다.


'내가 혹시 시간 여행자?'


밤이 되면 더 빛나는 구시가지 광장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이 유명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 열리는 마켓이다. 밤이 되면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이 들어오고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고 하는데, 로맨틱함이 궁금해서라도 겨울에 한 번 더 찾아와야겠다.


프라하에서도 스타벅스는 필수


아니나 다를까 구시가지 광장에도 스타벅스가 있다. 유럽에서 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긴 투어로 메말랐던 목을 축였다. 놀라운 것은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되어서인지 스타벅스 화장실에 한국어로 안내 문구가 적혀있었다. 한국어를 보고 나니 프라하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더 높아졌고, 기분 좋게 프라하의 밤을 즐기러 나왔다.


프라하는 골목도 아름답다


골목골목 불이 켜진 모습을 보니 프라하만의 아름다움이 더 잘 보인다. 도심 속 거창한 화려함이 아닌 작은 전구들이 모여서 아기자기하게 빛나는 느낌이랄까. 환한 가로등 속 마켓이 늘어선 골목, 아스팔트 대신 울퉁불퉁한 돌바닥, 수많은 역사 속 건축물, 버스보다 많은 트램, 다양한 에스프레소바, 세계 최고의 맥주 이 모든 것이 동유럽의 꽃 프라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다.


프라하에서 즐겨야 할 또 한 가지, 유럽 3대 야경으로 꼽히는 블타바강의 야경이다. 잊을 수 없는 프라하의 밤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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