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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성은 7시간전

바르셀로나도 식후경

행복에 집중하기 욕심부리지 않기


"행집욕부! 행집욕부!"

"행복에 집중하기! 욕심부리지 않기!"


요즘 릴스랑 쇼츠에서 유행하는 밈이다. 아침마다 외치고 시작하면 정말로 행복한 일만 펼쳐질 것만 같다.

바르셀로나에서도 이 밈처럼 행복에 집중하게 만드는 진짜 맛집들이 있어서 이번 화에 소개하고자 한다.

욕심부리지 않고 맛있는 것은 나눠야 제 맛, 맛집은 알려야 제 맛. 널리 알리고 싶은 바르셀로나 맛집 5곳이다.




첫 번째 맛집. 인생 상그리아를 만나다, Alegoria restaurant


바르셀로나에서의 둘째 날 저녁,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구글맵을 켰다. 유럽 여행 초보인 우리는 구글의 추천대로 가보기로 했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람블라 거리를 따라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이곳은 상그리아, 하몽, 파에야가 유명한 맛집이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평점이 높아서 우리도 기대에 차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만석에 대기줄이 있었지만 금방 자리가 날 것 같아서 기다렸다. 식당 안에는 두 테이블 정도 한국인이 있었고, 우리 뒤로도 한국인 일행이 들어왔다. 한국인들이 이렇게 찾아올 정도면 우리 입맛에 딱 맞는 거 아닌가 싶었다.


인생 상그리아


우리는 상그리아 한 잔, 하몽과 멜론, 구운 이베리코, 씨푸드 파에야를 주문했다.

이 중에 최고로 뽑을 수 있는 건 단연코 상그리아다. 술을 잘 못 마시는 내가 맛있다고 느꼈을 만큼 적당히 달고 상큼하고 아주 싱그러운 맛이었다. 아직도 신랑은 이곳의 상그리아를 그리워할 정도로 이보다 맛있는 곳을 못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멜론 위에 얹어 먹은 하몽 역시 극락의 맛이다. 상그리아와의 조합은 두 말하면 입 아프다. 구운 이베리코는 한국의 불고기를 연상케 했는데 바닥에 깔려있는 메쉬 포테이토랑 함께 먹으면 보들보들 푹식푹신하니 절로 입맛을 돋우었다.


그리고 대망의 파에야. 스페인 음식이 워낙 짜다고 들어서 외워간 스페인어 한 마디.

"Sin sal, por favor." 소금 빼고 주세요.


음식 주문할 때 얘기하려고 했는데 까먹고 하지 못했다. 음식이 나오고 나서야 아차 싶었는데 웬일인가. 파에야가 하나도 짜지 않았다. 고추장 맛이 조금 나 한식스럽기도 했다. 한국인의 입맛에 찰떡처럼 붙을 파에야였다.


서비스로 나오는 올리브까지 다 까먹게 만든 Alegoria restaurant.

가볍게 한 잔, 맛있게 한 상 먹고 싶다면 들려보자.




열심히 길을 찾자


두 번째 맛집. 두 말하면 입 아픈 맛집 끝판왕 Vinitus

우리가 한국에서부터 먹고 싶었던 꿀대구를 먹으러 아침부터 출동했다. 묵었던 호텔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 최단 거리를 찾아 열심히 검색하며 찾아갔다.



다리가 아파도 열심히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여행하는 내내 맑은 날씨 덕분.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집중하게 만드는 날씨였다. 날씨는 '당신이 행복하지 않을 리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드디어 도착한 비니투스. 운 좋게 테라스 자리에 앉았다. 오랜 시간 기대한 만큼 먹고 싶은 것은 다 시키기로 했다. 정말 메뉴가 다양해서 다 읽어보는 것만 시간이 꽤 걸렸다.

우리는 꿀대구, 감바스, 푸아그라 스테이크, 면으로 만든 씨푸드 파에야를 주문했다.



꿀대구 맛집으로 알려진 만큼 꿀이 올라간 대구는 야들야들 부드러웠고, 감바스의 새우는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크기와 쫄깃함이 있었다. 푸아그라 스테이크는 사실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스테이크는 괜찮았지만 푸아그라가 맞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눈으로 즐기는 것에 만족했다. 씨푸드 파에야는 이국적인 맛과 향이었다. 내 배가 허락했다면 더 많은 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을 텐데. 생각보다 작은 위장이 아쉽다.



바르셀로나에 온 기분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꼭 테라스 자리에 앉아 음식을 즐겨보자.

햇살과 바람에 마음이 녹고, 꿀대구의 맛에 혀가 녹을 테니까.




세 번째 맛집. 소확행을 찾는다면 La Pedreta


가우디 투어를 함께 한 신혼부부들과 함께 간 식당이다. 가이드분이 추천한 맛집인데 저렴한 가격으로 런치 코스(메뉴델디아)를 즐길 수 있다. 이 식사가 스페인에서 먹는 첫 끼였는데, 메뉴판이 온통 스페인어로만 되어 있었다. 메뉴를 고르는 세 부부의 스타일은 다 달랐다. 먼저 우리 부부는 탐구하는 스타일로 신랑이 구글 이미지 번역으로 메뉴판을 해석해서 주문했다. 우리 부부에게 바르셀로나 교통권을 주었던 부부는 행동파 스타일로 메뉴판 대신 남자분이 서버에게 직접 찾아가 주문했다. 캄프 누에서 만났던 부부는 여자분이 리드하는 스타일로 꼼꼼히 찾아보고 주문했다. 음식도 궁금했지만 부부들의 차이점을 관찰하고 추측하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싱싱한 부리타 치즈 샐러드, 이베리코 스테이크, 디저트가 나왔다. 이베리코가 유명하다고 해서 시켰는데 간이 딱 맞아서 정말 맛있었다. 크렘브륄레도 역시나 맛있었고, 카라멜 푸딩은 생소했지만 디저트로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규모는 작은 편이다. 평일 런치 코스로 유명한 곳이니 꼭 들려보면 좋을 것 같다.




네 번째 맛집. 한낮의 달콤한 여유, Cafe Faborit


Cafe Faborit은 < 가우디 투어의 시작 > 편에서 잠깐 언급했던 카페다. 까사 아마트예르 1층에 자리 잡은 유명한 초콜릿 카페로 아마트예르 집안에서 만든 초콜릿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테라스 자리에 앉아 시그니처 메뉴인 핫초콜릿을 주문했다. 찐득한 핫초콜릿과 세 조각의 빵이 나온다. 적당히 달고 고소해서 빵과 잘 어울렸다. 빵을 찍어 먹고 남은 핫초콜릿은 원샷. 테라스에 앉아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속에 우리도 머물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섯 번째 맛집. 골라 먹는 설렘, Lucciano's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젤라또 맛집 Lucciano's에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늦은 저녁인데도 대기줄이 있을 정도로 맛집 중에 맛집이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주 정거장 컨셉의 매장을 구경하며 어떤 걸 고를지 고민했다. 배스킨라빈스처럼 젤라또 아이스크림의 사이즈, 스쿱, 맛을 고르면 된다. 다 먹어보고 싶어서 한참을 고민한 우리.



싱글 사이즈의 젤라또를 시키려고 했으나 내 짧은 영어와 스페인어의 문제였는지 이 커다란 젤라또가 나와버렸다. 망고, 딸기(Fresa), 쿠키 앤 크림 세 가지 맛을 먹었는데 어느 하나 꼽을 것 없이 맛있었다. 망고 러버인 신랑은 망고맛만 먹고 나머지는 다 내 것. 욕심부리지 말아야 하지만 맛있는 것 앞에서는 참을 수 없다. 다이어트는 신혼여행 이후에 하기로 하고 카탈루냐 광장을 산책하며 마음 편히 먹었다.



허기졌던 우리의 일상을 맛있고 다채롭게 채워준 바르셀로나.

한 입 두 입 먹을 때마다 입 속을 놀라게 하던 이 맛을 머리와 가슴속에도 새겨 놓아야지. 인생을 살면서 쓴 일을 겪고, 맵게 혼나고, 짠 눈물을 흘릴 때마다 바르셀로나에 머무는 동안 맛보았던 행복을 곱씹어야겠다. 상그리아는 싱그러웠고, 츄러스는 쫄깃했고, 꿀대구는 부드러웠고, 파에야는 감칠맛이 돌았고, 젤라또는 달콤했으니. 음식을 통해 알게 된 행복을 연료 삼아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보기로 했다.


바르셀로나의 맛과 추억을 캐리어에 꽉꽉 눌러 담고 이제 우리는 체코 프라하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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