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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 Mar 02. 2024

시간의 조각

pieces of you and me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누구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나에게 가장 잔인한 사람이 되었고, 누구도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 나를 가장 아프게 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라면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었어야 하는데, 내가 생각했던 '모두'에는 내가 없었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지켜줘야 하는 것은 나였는데, 그걸 깨닫고 나서야 돌아본 나는 상처가 너무 많았다. 


상처를 가지게 된 나는 주저앉아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타인의 상처들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너무나 기특해서 아픈 곳이 생기면 더 단단하고 튼튼하게 방어벽을 형성한다. 보수공사를 하는 것이다. 보기에 좋지 않을지 몰라도 더 단단해진 몸과 마음은 나에게 더 씩씩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씩씩하다는 것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고, 멋진 외면보다는 내면의 성장과 그 가능성에 품은 희망을 딛고 나아가는 것이다.  




잘 지내?

어렸던 어느 날들의 한 자락을 너와 함께해서 따뜻했어. 우리로 지냈던 추억들은 잘 보내주었지만 아직 너와의 시간의 조각들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괜찮지? 이를테면 네가 급하게 나한테 말건다고 메세지 보내려다가 마음이 급해서 매번 오타내곤 하던 내 이름. 우리가 매번 깔깔대고 웃던 그 별명은 아직도 내 닉네임이야. 새로운 사람들은 늘 물어. 뜻이 뭐냐고. 사실 처음엔 그 추억을 꺼내는 게 불편해서 쭈뼛거리기도 하고 대충 얼버무리기도 했었어. 이제는 아니야. 최근에 대답하는데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더라. 그 때의 너는 너무 사랑스러웠어. 물론 그때의 어린 나도.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어. 너도 그런지. 벅찬 행복과 아픔, 그 너머로 예쁜 추억 하나쯤 남길 여유가 있었는지. 이제 떠올리면 미소지을 수 있는 기억 하나는 남았는지. 


사실 그 때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너도 그립지만 내가 참 그리워. 한 번 다가가서 꼭 안아주고 싶어. 너에게 줄 사랑이 넘치곤 했지만 나 사실 나 자신에게 너무나 엄격한 아이였거든. 20대를 보내며 만난 보물같은 사람들이 나를 일으켜주었어. 욕심이 앞섰기에 많이 허무했고 그래서 미련이 정말 많았어. 살면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렇게 심한 좌절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만큼. 


얼마 전에도 들었어. 그 때 네가 많이 힘들어했다고 너를 잘 모르는 사람이 그러더라. 다 지난 일인데.. 정말 오래 전 일인데.. 아마 정작 너는 기억조차 안 날텐데. 그래도 그 말을 듣고 나는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어렸던 너에게 가서 위로해주고 싶더라.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길래.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아마 나와 비슷한 크기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느꼈던 행복의 크기도 늘 비슷했으니까. 


밉기도 했지만 나 알아. 너도 나를 참 많이 아꼈었다는 걸. 서로의 시간과 방식이 달랐을 뿐인걸. 

이젠 그 닉네임으로 내 세상에 존재하는 그때의 우리가 지금 나는 좋아. 추억 저편으로 그냥 거기에 있어줘.  




Of course I’ll hurt you. Of course you’ll hurt me. 
Of course we will hurt each other. 
But this is the very condition of existence. 
To become spring, means accepting the risk of winter. 
To become presence, means accepting the risk of absence.

-Antoine de Saint-Exupé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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