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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영 Oct 23. 2020

<나의 F코드 이야기>

#나의F코드이야기 #이하늬기자님 #친구인경향이있음 #하늬첫책 #동병상련 #우울증 #상담 #정신과진료 <나의 F코드 이야기>는 경향신문의 이하늬기자님이 쓰신 책이다. 내 폰에 하늬번호는 “이하늬기자님_친구인 경향이 있음”으로 저장되어 있다. 처음에 인터뷰를 계기로 만났을 때 이하늬기자님이라고 저장해놨다가, 나중에 인터뷰가 목적이 아닌 그냥 만나서 차마시는 친구가 되면서 덧붙인 글이다. 우울증으로 요양휴직중일 때 같이 터키여행을 다녀오면서 더 가까워졌다. 사실 이제 경향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친구지만 재밌어서 이름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놔뒀다. 이처럼 나는 핸드폰에 누군가의 이름을 저장할 때도, 그리고 저장한 이름을 수정할 때도 혼자 키득거릴 정도로 혼자 내버려둬도 재밌게 잘 노는 사람이었다. 사소한 것에 의미부여하길 좋아하고 낭만적인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이 많아서 24시간이 즐거운 생각들로 가득찬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우울증에 걸릴 줄 몰랐다. 나는 우울하다는 기분이 뭔지 잘 이해를 못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우울증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도 한참 걸렸다. 2017년에 노동조합 전임자가 되면서 여러 가지 일들에 휘말리게 되고, 가끔 감당이 안 되는 일들, 지나친 감정노동,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불필요한 관심과 뒷담화에 시달리면서 우울감이 지속됐다. 어느 순간 나는 매일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자살처럼 보이지 않게 그래서 가족들이 사망보험금을 받도록 죽을 수 있을까, 라던가 장기기증을 최대한 많이 하고 죽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등을 떠올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상태가 점점 심해져서 빈 사무실에 앉아서 밤12시가 다 되어 가도록 혼자 울고 있던 나를 보고 이건 정상이 아니야라고 깨달은 순간 휴직을 하기로 결정했다. 휴직중에 하늬와 서로의 병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더 가까워졌던 것 같다. 하늬는 그 때 책을 쓰고 있었고 내 이야기를 책에 실어도 되냐고 했다. 내 이야기가 실린 책이 드디어 책으로 나왔다. 하늬에게 책홍보를 돕겠다며 책소개글을 올리겠다고 한지가 일주일이 넘었지만 사실 글을 어떻게 적어야 좋을지 잘 몰라서 망설이다가, 내 이야기가 나온 부분을 다시 읽고 또 읽어 보았다. 그래서 내가 인터뷰를 하기로, 그리고 내 이야기를 실명으로 싣기로 했었던 처음 그 마음을 떠올렸다. 친구가 책을 썼는데요~하면서 그냥 가볍게 책을 추천한다는 식으로 쓸까, 어쩔까 며칠을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이렇게 이야기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휴직을 하면서 하늬를 비롯한 나에게 다정하고 좋은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상담선생님도 내가 많이 활기차게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얼마 전엔 혜화역에서 상담실이 있는 영등포시장역까지 따릉이를 타고 가서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했다. 뭔가 깨어진 그릇을 다시 붙인 것처럼, 깨어지기 이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갈 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빈틈으로, 이어붙인 틈새로 우울감이 흘러나올 때가 있지만 그래도 1년 전보다는 훨씬 행복하다. 인스타그램처럼 반짝거리고 행복이 넘치는 공간에 이런 푸르죽죽한 우울증 이야기를 툭 던져넣어서 누군가는 불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인터뷰의 말미에 했던 이야기, 나의 진심을 사람들이 조금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우울증을 좀 더 쉽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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