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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Feb 07. 2018

#8. Positano, Italy.

남부 투어, 종착지는 포지타노.

  기대보다 실망이 큰 여행이 계속되자 슬슬 심술이 났다. 그와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너무나 속상했을 여행. 하지만 슬슬 시차도 적응이 되었고 여행의 컨셉도 정착하기 시작했다. (길 찾기나 검색을 잘 못하는 나는 전적으로 그를 의지하기로 한다.) 한결 마음이 편해지니 여행이 여행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드디어, 가장 행복했던 그곳에 도착했다. Positano.

폼페이 투어

  이른 새벽, 조촐한 한식을 먹고 남부 투어를 떠났다. 숙소에 짐을 맡긴 후 테르미니 역에서 여행사 가이드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났다. 작은 대절 버스를 이용해서 한참을 달렸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폼페이. 이곳이 역사책에서만 봤던 폼페이구나. 열심히 설명을 듣고 여기저기 움직였다. 민속촌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생활했던 마을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한 순간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마을에는 흔적만 있을 뿐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점심을 먹고(여행사에서 제공한 폼페이내 식당-맛은 없었음) 포지타노로 가는 도중 나폴리-소렌토-아말피를 지나왔다. 바다-바다-바다라서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의 채도가 달랐던 바다.  

  드디어 포지타노에 도착했다. 일행들은 바닷가에서 잠시 발만 담그고 다시 로마로 향했지만 우리는 머물렀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겠지. 포지타노에 대한 극찬은 어떠한 미사여구를 붙여도 아깝지 않다. 

포지타노 전경

  절벽 사이, 아슬아슬하게 즐비한 집들. 신들이 모여사는 곳인가 의심이 들었다. 마을이라고 해야 할까 섬이라고 해야 할까. 나중에 이 사진을 본 어떤 지인은 판자촌인가?라고 때 묻은 질문을 하기도 했다. 뭐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고지가 높은 곳에 집들이 있으니까. 

  밤의 포지타노는 눈부셨다. 꿈처럼 느껴지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숙소에서 바다는 보이지 않았지만 지대가 높아서 창문을 열면 절벽이 바로 보였는데 하늘 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양인이 없어서 완벽한 이방인이었기에 더욱 낯선 풍경이었다.   

da Vincenjo

  숙소 가는 길에 점찍어두었던 레스토랑. 전화번호를 적어와서 숙소에서 예약을 했다. 풀 부킹 와중에 겨우 한 자리를 예약하고 파스타와 새우요리를 먹었다. 기다리는 동안 샴페인을 나눠주었는데 식사 전에 벌써 취했던 것 같다. 음식이 특별하지는 않았다. 이탈리아에선 유난히 맛집 실패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했던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도, 친절한 직원들과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취기와 어울려 행복이란 이런 것!이라고 외칠 수 있게 했다.   


밤의 풍경. 멋쟁이 신사와 아름다운 숙녀. 네온사인과는 다른 불빛들

  배불리 먹고 나오면서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볼까? 호기심 가득한 그의 눈빛이 아직도 선명하다. 아이폰으로 담은 저질 야경이 아쉬울 따름이었지만 정말로 아름다운 밤이었다. 멋있는 사람들과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쉬운 밤이 흘러가고 있었다. 








  2016. 7. 25. MON

  여전히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그때 포지타노에서 내게 프러포즈했다면 정말 말 한마디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프러포즈가 되었을 것이라고. 공짜로 할 수 있었던 프러포즈 기회를 날려버리다니 아쉽군. 농담으로 건네는 말이지만 그곳은 정말로 그런 곳이었다. 말 한마디로 최고의 낭만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일주일 동안 느꼈던 실망감을 완벽하게 보상받았다. 새벽부터 일어나 긴 하루를 보냈지만 전혀 지치지 않았다. 언젠가는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로마처럼 실망하지 않을 거야.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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