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파스를 제대로 경험하다.
유럽의 소도시들을 구석구석 돌아보려면 차를 렌트하는 것이 좋다. 교통편이 대도시 위주로 갖춰져 있기 때문에 숨은 매력을 둘러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코르도바에서 차를 렌트해서 그라나다-네르하-론다를 둘러보기로 했다. 해안도로를 달리며 계획에 없는 장소들에 멈춰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동을 한 다음날은 꼭 늦잠을 자게 되었다. 긴장감 속에서 돌아다닌 탓에 숙소에 들어가면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이날도 12시가 넘어서야 호텔을 나섰고 운전면허증을 두고 와서 다시 돌아가야만 했기에 늦은 오후부터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점심은 이동하는 동선에 있는 맥도날드로 정했다.
그라나다 숙소는 여행 중 가장 가성비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대식 건물이면서 크기가 굉장히 컸는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오래된 건물이 대부분인 유럽에서 보기 드문 호텔. 근처가 조용해서 더 좋았다. 그래서 호텔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으로 호텔 카드를 찍어놓았다.
낮이 긴 시기였기에 조금 늦은 오후에도 관광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한적했던 코르도바와는 달리 볼 것도, 사람도 많아서 오히려 신기했다. 대부분 현지인들이었다. 북적이는 가운데 여유로움을 사람들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타파스 가게가 밀집한 타파스 바 거리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저마다의 특색으로 즐비한 가게 중에 우리가 선택한 곳은 La Riviera. 타파스의 종류도 다양했고 맛도 보편적인 입맛을 고려한 대중적인 요리가 많았다.
스페인의 타파스는 워낙 유명하지만 그라나다의 타파스는 조금 더 특별하다. 우리나라의 일명 '다찌집'과 비슷한 방식으로, 술이나 음료를 주문하면 타파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순서도, 종류도 랜덤이라 술잔이 늘어갈수록 다음 안주를 기대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소량으로 나오기 때문에 부담도 없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가게마다 다른 타파스를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2016. 8. 5. FRI
사랑하는 연인과의 유럽 일주 자체가 주는 낭만은 그 어떤 샹그리아보다 달콤하다. 맥주가 물보다 저렴하기도 하고 평소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주류가 많아서 우리는 목이 마르면 술을 찾았다. 고주망태처럼 취할 정도로 마신 것은 물론 아니다. 둘 다 애주가이기도 했지만 샹그리아와 와인의 나라에서 다른 음료를 먹긴 아깝지 않은가. 지역마다 다른 맛과 향을 내기 때문에 각각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우리의 여행 속에서 긴장한 마음을 풀어주기도 하고 다툼을 화해로(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인도해주기도 했던 주(酒)님이 아닌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덩굴이 무성하게 자란 건물 벽에 부딪혀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가 귀에 멍멍하게 맴돈다. 참 많이 웃고 즐거워했던 그라나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