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돌보는 책 읽기> 출간 후기 2
오늘 아침 블로그에서 7년 전 올린 글의 알람이 떴다. 지금은 없어진 Yes24 채널 예스 독자 인터뷰 기사다. 당시 페이스북에 육아일기를 조금씩 올리고 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어느 날 갑자기 엄지혜 에디터님이 독자 인터뷰를 해보자고 제안을 주셨다.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던 엄마가 오랜만에 아이들 없이 서울 모처 카페로 에디터님을 만나러 나가던 날, 얼마나 설레던지.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떨리던지… 그날의 어색한 미소가 담긴 사진은 지금껏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https://ch.yes24.com/Article/View/33125
작년에 한참 글쓰기 슬럼프로 바닥을 칠 때, 에디터님이 연락을 주셨다. Yes24에서 얼룩소(@alookso)로 옮겼다고. 얼룩소에서 내 글을 발견하고 반가웠다고. 그리고는 이름 뒤에 보라색 마크를 붙여주었다. 뭐냐고 물어보니 ‘신뢰하는 저자‘라는 뜻이라고. 글 쓰는 사람들이 제일 어려운 건 내가 읽는 글과 내가 쓰는 글의 간극을 견디지 못할 때인 것 같다. ‘세상에 좋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 나 따위가…’라는 생각이 들면 자꾸 의욕을 잃고 바닥으로 잠수하게 된다. 그럴 때 에디터님이 붙여준 딱지 하나가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시간이 흘러 얼룩소에서 에어북이라는 걸 론칭할 때, 출간 제안 메일이 왔다. 처음엔 단체 메일이라고 생각해서, 다음엔 용기가 없어서 오래 답을 하질 못 했다. 나중에 엄 작가님의 에어북 ‘거절할 수 없는 메일 쓰는 법’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잘러의 특징은 메일 확인과 회신이 빠르다고, 이건 담당자의 시간을 절약해 드릴게요, 하는 배려라고. 그런 사람에겐 또 다른 기회가 또 주어진다고. 내가 아무 답도 없이 그냥 묵히고 있었던 메일이 떠올랐다. 아차 싶었고, 또 하나 배웠다.
한 달이나 지나서 늦은 회신을 보낸다는 게 죄송하고 민망했지만, 그래도 ‘Better Late Than Never’라는 격언을 떠올리면서 연락을 드렸다. 그렇게 에어북 <삶이 돌보는 책 읽기>가 세상에 나왔다. 언젠가 책구름 글비배곳 강의에서 황규관 선생님이 “정직한 독자는 언젠가는 저자가 된다.” 하셨던 말씀이 마음에 남아 적어두었는데, 서툴고 늦은 발걸음이지만 한 걸음씩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돌아보면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가는 길목에 엄지혜 에디터님이자 작가님이 계셨다. 수줍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https://m.yes24.com/Goods/Detail/126592691
일곱 권의 책을 통해 돌아보는 삶. 여성, 가족, 우정, 인권, 노동, 글쓰기 등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엮어 꾸려냈습니다. 나와 상대방을,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는 책 읽기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