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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Feb 12. 2024

우붓일기 day 12, 심플 라이프, 카르마 요가,

심플 라이프


이번 여행에서는 극도로 단순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히 레몬물을 마시고 파파야와 커피로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요가원에 가서 아침 요가 수업을 듣는다. 보통 1개 정도를 듣고, 명상이나 기공 수업이 있으면 2개도 듣는다. 그리고는 곧장 점심을 먹는다. 지금까지 제일 많이 간 곳은 'The seed of life' 로푸드/비건식을 파는 곳인데, 입맛에도 잘 맞고, 2층에 앉아서 먹으면 바람도 솔솔 불고, 사람도 적어도 좋다. 로컬 식당에 비해서는 비싸긴 하지만, 한국에선 로푸드 파는 곳을 찾기도 힘으니 여기서는 최대한 즐기다 가려고 한다. 


간단하지만 맛있는 나의 아침 식사와 나의 일터



점심을 먹은 후에는 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끄적끄적 생각나는 것들을 적는다. 설 연휴 기간 동안에는 일을 할 필요가 없어서 마사지를 받기도 하고, 집에 가서 씻고 낮잠을 자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낮잠을 젤 많이 잤네 ㅋㅋ) 


그리고 저녁에는 인요가 수업을 듣거나 티벳탄 싱잉볼 수업 같이 가벼운 요가나 명상을 듣는다. 귀찮거나 비가 오면 집에서 안나가고 근처 식당에 가서 찹차이나 나시고랭을 시켜 먹는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남자친구와 페이스타임을 하고,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김성철 교수님이나 정봉무무선사님 강연을 본다. 그리고 잠을 잔다. 


이렇게 하루의 리듬이 생기니 참 좋다. 일주일 후면 남자친구가 오니, 아마도 여행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그 때 몰아서 할 것 같다. 근데 사실 우리 성향상 또 뭘 막 보러 다니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고, 아마도 좀 더 멀리 스쿠터를 타고 수영장이 있는 식당에 가서 수영을 하고 오거나, 은세공 수업을 듣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가끔 너무 맨날 똑같은데만 가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올라올 때도 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 생활은 아주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느끼고 배우는 것들은 매번 새롭다. 왠지 가야할 것 같고 경험해야 할 것 같으니까 유명하다는 카페에 가고, 남들 다가는 식당에 가고, 박물관에 가고, 뮤지엄에 가는 게 정말 나의 경험치를 넓게 해주고 사유를 넓혀주는지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 여행갔으면 거기는 가봐야지라고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의 경험과 사유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그 가봐야 하는 곳들의 대부분은 돈을 써야지만 갈 수 있는 지극히 자본주의 적인 경험이라는 것도 참 웃기단 말이지. 




오늘 먹은 맛있는 비건 음식들








카르마 요가 


이곳에서 이동할 때는 절반정도는 걷고, 절반은 고젝이나 그랩으로 스쿠터를 불러 이용한다. 고작 가봐야 2~3키로 반경 내에서만 움직이니 길어야 10분정도의 라이드인데, 이곳의 교통체증은 정말 숨막힌다. 차들 사이를 이리저리 잘 피해서 운전해주시는 드라이버 분들,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하다. 정체되는 구간을 지날땐 매연도 장난아니다. 나는 10분 타는 것도 힘든데 뒤에 손님을 태우고 땡볕에서 오랜 시간 운전을 하시면 참 힘드실 텐데도 늘 웃으며 인사해주신다. 문득 이분들의 삶과 일이 바로 카르마 요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나는 추위를 피해서 좀 편하게 있어보겠다고 엄청난 CO2를 배출하며 여기까지 와서 편하게 먹고 자면서 요가하고 명상하며 수행을 한다고 하는데 말이지.. 그래서 그랩이나 고젝을 탄 후에는 팁을 꼬박꼬박 챙겨드린다.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보시. 


오토바이 소리가 힘들어서 가능하면 죠용한 골목길을 찾아 다닌다



예전에는 가부좌 틀고 앉아있는 것만 수행이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붓다가 제시한 깨달음의 길인 계,정, 혜 삼학에서도 제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계를 잘 지키는 거다. 계를 잘 지킨다는 것은 바르고 옳게 살아가는 것이다. 거짓말 안하고, 아주 작은 곤충이라도 살생 안하고, 바른 직업을 통해 돈을 벌고, 술 마시지 않고,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는 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도 안하고 명상을 통해 어떤 깨달음의 경지에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계를 잘 지키며 마음을 청정하게 닦지 않으면 아무리 명상을 해서 특별한 경험을 해도, 그것은 나의 교만함을 강화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계를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은 개미라도 함부로 죽이지 않게 조심하고, 술도 안 마시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지나가는 말로라도 거짓말이나 삿된 말 혹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지금 당장 죽는다면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일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 그것이 가장 후회되고 한스러울 것 같다. 그런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가능한 것이란 말인가? 사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다면 삶을 그야말로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을텐데 말이지.... 붓다는 무상, 고, 무아를 깨닫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라고 할만할 고정된 실체가 없고, 내가 나라고 믿는 것은 연기법에 따라 인연따라 잠시 뭉쳐진 '식'의 덩어리일 뿐이다. 반야심경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온이 공하다는 것을 진정으로 깨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다고 하는데, 머리로는 너무 잘 알겠는데 왜 아직도 두려운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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