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 Sep 22. 2019

게으름

그래, 인정

아침에 일어나보니 Slack으로 메세지 하나가 와 있었다.

9시 반에 1:1 회의를 하자는 요청이었다.

그 때가 8시 50분 즈음 되었을 것이다.


답장 대신 사진 1장을 찍어 보냈다.


(벽지는 세입자의 취향이 아닌, 집주인의 취향이 담겨 있습니다)


10시 출근이기에 10시에 맞춰 스케줄이 짜져 있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무리 빨라도 딱 10시에 도착하도록 짜져있다. (도무지 일찍 가려 하진 않는다)


9시 10분에 비몽사몽 샤워를 하며 잡생각을 하다 결론 하나를 내렸다. 나는 게으른게 맞다, 평생 부인만 하던 피고가 어느 날 아침 그 사실을 인정하게  것이다.


아침에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안하는 나를 보며 게으르다고 말할 때마다, '그건 아빠가 10시에 주무셔서 일찍 일어나는 것 뿐이고, 나는 단지 수면시계가 3~4시간 늦춰져 있는거 뿐이라고' 생각하고 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아닌거 같다.


8시간, 9시간, 10시간 이렇게 충분히 잔 뒤, 이제는 일어나야지 한다던가, 얼른 씻고 나가고 싶다던가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침에 무엇하기로 스스로 결정해서 해본 것은 오직 특가항공권에 유혹 되었을 때 빼고 없지 않던가? 예비군 훈련을 그렇게 싫어하는 것도 9시라는 심리적, 신체적, 정신적 한계선을 시험하기 때문일 것이다. (뭔가 동어반복이 있어 보이는 건 착각이다)


배부른 소크라테스와 배고픈 소 중 하나를 고르라면 소를 골랐을 것이다. 옛말처럼 게으르면 소가 된다면 실제로 그랬다면, 인도행 항공권을 끊곤 뉴델리 공항에 내리자마자 어딘가 누워 음메음메 하고 있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글도 게으름의 산물이다.

이게 이 매거진의 두번째 글이면 안되는데, 쓰다만 글들 마무리하는거 미루다보니...음메음메

매거진의 이전글 문득, 무지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