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Korea
삶은 대체로 비슷한 색깔로 흘러간다. 어쩌다 보니 학생들 앞에 섰고,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루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건 결국 휴식이다. 일상을 보내다 한 잔 마시는 커피처럼 삶의 환기가 필요하다. 우리 학원의 가장 큰 복지는 시험이 끝나면 연차를 쓸 수 있었다. 주말에 붙여서 쓰면 최대 4일을 쉴 수 있다.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영어 강사라는 직업은 나에게 적합한 것 같다. 새벽 3~4시까지 수업 준비를 해도 버텨졌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 버벅거리지 않고, 주어와 서술어가 딱딱 들어맞을 땐 어려운 랩을 성공한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한 일 중 제일 보람과 재미를 느끼며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은 일이었다. 6월은 하루 빼고 모든 날에 출근을 했다. 평일은 3:30분부터 23:00까지 쉬지도 못하고 강의를 한다. 그럴 때면 무언가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공허함과 피곤함이 뒤섞인 감정에 취해 집으로 돌아간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또 수업 준비를 해야 했다. 한동안 내 일상의 풍경에는 웃음이 등장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기말고사가 끝났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서 막 나온 기분이었다. 휴가 전 날 밤, 맥주 몇 캔과 치킨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맥주는 냉동실에 넣고 샤워를 했다. 쌓인 피로감과 더위를 찬물로 씻어냈다. 에어컨을 틀었고 아이폰을 구석으로 치웠다. 어느 해외 휴양지도 부럽지 않았다. 맥주를 꺼내 한 입 마셨고, 닭다리를 하나 뜯었다. 보고 싶었던 영화 하나를 틀었다. 시선을 화면에 고정시켰고 그러다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어두운 방 안에서 나만의 해방을 맛봤다. 현실은 멀어졌고, 누군가가 만든 세상이 가까워졌다.
생각 없이 영화를 봤다. 아이들로 시끄러운 학원에서 고요한 방 안의 오늘까지. 꽤나 길게 느껴졌다. 영화가 끝이 나고, 마지막 맥주 캔을 비웠다. 내일 늦은 오후까지 비가 계속된다는 예보에 괜히 안심이 되는 여름밤, 바쁜 일상 속 커피 한 잔 같은 휴식. 이제 조금씩 여유와 웃음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