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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규 Mar 02. 2019

첫 차 구매 가이드




첫 차를 산다는 후배나 동기랑 이야기하다 보니, 내가 늘 비슷한 이야길 한다는 걸 깨닫고 써보는 첫차 구입 가이드 10선.


1. 로또에 당첨된 경우를 제외하고 적당한 차 가격의 최대치는 연봉의 절반이다. (연봉 3000이라면 1500만 원) 이 가격을 넘으면 거지꼴로 차를 몰고 다니게 된다. 첫차로 유명한 아반떼가 1000만 원 중반에서 2000만 원 초반까지 가격대가 형성돼 있는 건 다 이유가 있다.

2. 의외로 선택지가 넓지 않은 것에 놀랄 것이다. 차 가격은 끝없는 감가상각과 재투자를 반복하도록 설계돼 있다. 할부로 2000만 원짜리 아반떼를 사서 3년을 타고 되팔면 1000만 원 정도를 회수한다. 다시 그 금액을 선금으로 내고 2000만 원 할부를 하면 소나타를 살 수 있다. 3년 타고 다시 1500만 원 회수하고 나면 다음은 그랜져다. 이것이 현대 기아차가 한국에서 여전히 주류인 이유다. 사람들이 많이 타는 차는 중고 가격이 잘 안 떨어진다. 외제차, 화려한 색상, 튀는 모델은 이만한 비율의 비용 회수가 어렵다. 고르고 골라 사정에 맞는 차를 추리면 3개를 넘지 못할 것이다.

3. 비용의 측면에서 중고차의 장점은 그리 파격적이지 않다. 상태 좋은 중고는 새 차와 몇 푼 차이 안 날 테고, 상태 대비 가격이 싸다면 분명 이유가 있다. 절약한 비용을 소모품 교환과 수리비로 날릴 공산이 크다.

4. 안전의 관점에서 경차는 타협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사고 상황에서 앞이 짧고 무게가 가벼운 경차는 확실하게 저승 급행열차 티켓을 끊어준다. 사실 요즘은 가격도 썩 그렇게 싸지 않다. 

5. 가능하면 풀옵션을 사라. 쓸데없는 튜닝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고, 그 차를 만든 사람들 철학의 정수는 풀옵션에 담겨 있다. 이 아래는 가격 구성을 맞추기 위한 마이너 에디션에 가깝다

6. 31살이 넘지 않았다면 절대 스포츠카 사지 마라. 보험료 폭탄을 맞을뿐더러 기름값, 정비 비용, 운전 습관. 모든 면에서 좋을 게 없다. 바람과 달리 간지는커녕 양아치로 보이는 건 덤이다.

7. 생각하고 있는 월 유지비에 15만 원을 더해라. 그게 현실적인 비용이다. 여기엔 주차비, 톨게이트 통행료, 각종 생각지도 못한 소모품 교환, 주차 위반 딱지, 안전띠 미착용 딱지, 견인 비용, 벌금 등등을 포함한 가격이다. 일 년마다 보험료와 세금도 따로 낸다. 차를 갖고 다니는 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8. 여자한테 차로 허세 부릴 생각은 접자. 어차피 그녀들이 인식하는 건 바퀴가 4개 달렸다-까지다. 그 이상은 아이 섀도 색상이나 립 글로즈 메이커가 네게 의미하는 만큼 알 바가 아니다. 분수에 맞는 차 타자.

9. 첫차는 어차피 긁게 될 것이다. 마음을 편하게 먹자. 충분히 운전을 잘하게 될 때까지 너무 많이 긁지 않는 게 중요하다.

10. 처음 사는 차의 종류를 끝까지 타게 돼 있다. SUV로 첫차를 탄 사람은 계속 SUV만 타고 세단을 산 사람은 계속 세단, 해치백을 산 사람은 계속 해치백 탄다. 생각 없이 결정되는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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