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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란 Apr 04. 2024

제목을 찾지 못한 글들

용기가 필요해

화장을 배우지 못하고 인생의 절반을 살아왔다. 여러 사정으로, 굳이 화장을 하지 않아도 무리가 없는 삶이었어서 적극적으로 배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때는 민낯에 그리도 당당할 수 있었을까. 내면의 아름다움이 (저절로) 뿜어져 나올 거라고 믿기라도 했던 걸까.


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줄 기회를 얻으려면 외모를 우선 가꿔야 한다는 말을 최근에 들었다. 오, 글이 읽히려면 제목을 잘 붙여야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 그렇다면 제목은 글의 얼굴인 것일까? 화장도 못하고 제목도 잘 못 짓고 나는 어쩌나. 아예 날짜나 숫자로 제목을 삼아볼까? 무제나 untitled도 제법 있어 보인다. 뭐가 뭔지 잘 모를 때는 뻔뻔함이 필요하다. 뭣이 중헌디? 아직 화장은 못하지만 적당한 제목을 만나지 못해 저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토막글들은 슬금슬금 꺼내놔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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