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이력서, 자기소개서에 적어 내던 독서, 음악 감상과 같은 정답 같은 답을 적어 내던 나에게 이제는 자신 있게 적을 수 있는 진짜 정답이 생겼다.
바로 수영.
내 나이 마흔에 시작한 이 수영이 현재 11개월 차가 되었다.
물이 좋아서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의사가 권해서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작년에 장롱 면허 탈출을 위해 운전 연수를 받았는데, 다시 장롱 면허가 되지 않으려면 매일 운전해야 하는 코스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코스로 수영장을 선택했다.
막연하게 자유형을 멋지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해보았다. 하지만 내가 진짜 수영장을 등록해서 수영복을 입고 수영 강습을 받게 될 줄이야...
깊게 생각을 하고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작년 5월.
곧 여름이 다가올 테고, 그러니 운동을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였는데, 결혼 전 하던 요가나 필라테스, 헬스 말고 다른 '스포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요가원, 필라테스 학원, 헬스장은 도처에 있어 도보로도 충분히 다닐 수 있었기에 번거롭게 차로 이동해야 하는 운동이 필요했다.
나는 평소에도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익숙하지 않은 장소 등이 더해지면 무척 뚝딱거리게 되는데, 초보 운전에 초보 수영까지 겹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나에게 운전을 꼭 하라고 한 것도, 수영을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에게 미션을 주었기에 이 긴장감을 즐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이게 통했다. 나처럼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무언가 시작할 때 긴장을 많이 하고 불안하다면, 두 가지를 같이 시작해 보라고 말이다.
나의 경우, 두 가지를 한 번에 시작했더니 성취감이 1+1로 두 배였고, 긴장감은 0.5+0.5로 단지 1이었다.
그렇게 긴장감 속에서 시작한 운전과 수영이 모두 11개월 차가 되었고, 무엇이든 꾸준히 약 1년 정도 하게 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옮겨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 아닌가?
수영장을 다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샤워장에서의 자리싸움, 청결 문제, 수영장 고인물의 텃세, 강사와의 관계 등을 생각하면 꽤나 복잡하고 영 싫다가도 수영 하나만 생각하면 다른 단점을 모두 상쇄한다는 것.
물속에서 한껏 자유로워진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이것은 물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기에 수영을 해야만 아는 기쁨이다. 나는 이 기쁨을 알게 된 것이 너무나 만족스럽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만족스러운 점은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뻔뻔할 정도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바로,
"제 취미는 수영입니다."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