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지자체의 도움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큰 도움이었고 덕분에 상황이 좋아졌다. 이후 지자체와 연 없이 지내다 지자체와 연관된 기관의 교육을 받게 되었다. 교육의 강사는 도움을 주었던 지자체의 부서장이었는데 기억을 못 하는 듯 하면서 인사를 하니 반갑게 받아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카오톡으로 그분에게 연락이 왔다. 갑자기 토론회를 한다며 참석할 수 있냐는 메시지였다. 바쁘게 지내고 있었지만 과거 도움을 받았으니 이참에 정식으로 다시 인사드리자 라는 생각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조금 일찍 도착하고 작은 선물을 드렸다. 참으로 어색한 순간이었다.
토론회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하나둘 모였고 토론회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토론회가 말이 토론회지 과거 지자체 부서장의 업적홍보를 신나게 하는 자리였다. 사실 토론회라면 보통 ㄷ 자 구조로 책상을 배치하지만 이건 그냥 강의장에서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별로 유익하지 않았다.
사람들도 별로 호응하지 않았고 나 역시 관심 없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에게 말을 하길래 솔직한 마음을 말했다. 그분은 나의 말에 순간 당황했다. 네거티브가 익숙하지 않은 분 같았다. 토론회라면 응당 상호 치고받고 말싸움도 하고 맞다 틀리다는 말이 오가야 하는 것 아닌가?
고위직에서 은퇴를 하시고 본인의 업적에 대한 홍보를 아주 열심히 하는 자리였고 참석자들도 나처럼 대부분 인사 때문에 온 것 같았다. 그런 자리에서 분위기 파악 못하고 너무 솔직해져 버린 것이다. 강의가 끝났고 집에 가면서 그냥 좋은 소리를 해봤다. 그분 역시 억지로 웃는 듯 보였고 또 나에게 퉁명스럽게 말하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이 정도 수준의 삶과 인생을 살고 있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의를 지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의 표현도 못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인사를 하러 갔으면 인사만 하면 된다. 그 이상은 욕심이었고 나는 오늘 욕심을 넘어 과욕을 부린 것이다. 적어도 그분 입장에서는 말이다.
잘난 사람은 끝까지 잘나야 한다. 잘난 사람의 말을 끝까지 잘 듣고 호응을 해야 한다.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나오는 대로 말을 하는 것 이건 잘못된 것인가 보다. 적어도 한국의 예의를 지켜야만 하는 사회에서는 말이다. 오늘 나의 목적은 그냥 인사하는 것이다. 그거 했으면 된 거지라고 생각하고 집에 와서 매운 떡볶이를 사 먹었다. 아마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그래도 이상하게 몰려오는 그 상실감은 어떻게 달래야 하나.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당분간 언짢은 기분이 조금 지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