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엔엘굿 Jan 31. 2024

돈그릇

" 내 살다 보니 돈그릇이 있어야 해"

지금하고 있는 사업장에 방문한 멋쟁이 노인께서 나에게 해준 조언 같은 조언이다. 이상하게 이 말이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노인께서는 원래 성격이 붙임성도 좋고 아무 말이나 잘하는 듯 보였다. 어떤 치밀한 계산을 하고 사람을 상대하듯 조언처럼 한 말은 아니었다.


그 노인께서는 그냥 본인의 인생에 대한 회고 같은 말을 나에게 생각 없이 던지신 것 같았다. 그냥 하고 싶었나 보다.

"친구랑 소주 한잔 하는데, 친구가 사업 많이 해서 돈 좀 벌었겠어?"

"이런 말을 하면 나는 소주잔을 그냥 탁자에 엎어버렸"

"야! 이 소주잔 엎어진 거 보이지"

"내 그릇이야"

"내 돈그릇은 이렇게 엎어진 그릇이야"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엎어진 돈그릇만 있다"


이런 일화를 나에게 들려주면서 본인 삶과 인생에 대한 말을 해주었다.

"살다 보니 정말 똑똑한 친구들이 많았어. 학벌도 좋고 능력도 있어 보이고. 그런데 그 친구들이 다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더라고!"

"돈그릇의 차이 같아"

"돈그릇이 작으면 학벌, 능력 모 이런 것 따위 상관없더라"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나에게 돈그릇을 가지라는 건지, 돈그릇을 키우라는 건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난 이후 계속 귓속에 맴돈다. 내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돈그릇에 대한 생각과 정의를 스스로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돈벌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말은 어머니께서 해주신 말이다. 이 말은 2년 전 갑자기 나에게 하신 말인데 모든 자식이 그렇지만 나도 약간은 부모의 조언에 대한 부드러운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귀담아듣지도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오늘 노인께서 갑자기 나에게 한 이 말 돈그릇을 들으니 과거 어머니가 해주셨던 말도 우연히 떠올랐다.


그래 맞아! 내가 갖춰야 할 것이 돈그릇이었어. 그 돈그릇이 관리하는 능력이고 돈을 버는 능력이다. 명분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는 내 자세에서도 돈에 대한 관점과 태도 그리고 관리하는 능력 모두 필요하다.


그걸 모두 뭉뚱그려서 돈그릇이라고 나는 스스로 정의했다.


작가의 이전글 쉬운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