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레시피대로 라면 끓이기
내가 끓이는 맛있는 라면 비법
나는 라면을 좋아한다. 일주일에 꼭 1~2개는 먹는 것 같다. 솔직히 더 먹을 수 있지만 참는다. 건강을 위해서 참는다기 보다도 그냥 라면이라는 음식에 길들여지는 나 자신이 싫어서 참는다. 그런데도 라면의 유혹은 엄청나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마침 찬밥만 남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다양한 스케줄이 있기에 라면을 먹기로 작정했다. 나는 솔직히 특별히 선호하는 라면은 없다. 그냥 장 보러 갔을 때 필이 딱 오는 라면을 선택한다. 많은 사람들은 라면의 맛을 구분해 기호도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냥 똑같이 맛있다. 한국의 어떤 라면을 선택해도 그냥 다 맛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같은 라면을 일부러 사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독특한 라면 레시피가 있다. 그 레시피를 공개하자면 큰 전골냄비에 정수기 두 컵을 따른다. 우리 집 정수기는 한 컵이 250ml이다. 두 컵이니 500ml 다. 물이 팔팔 끓기 전 먼저 스프를 넣는다. 그리고 냉동실에 보관 중인 대파의 잎 부분과 줄기 부분을 한 움큼씩 넣는다. 그리고 라면을 반 쪼개 넣는다. 이때쯤 물이 끓기 시작한다. 라면은 아직 꼬들꼬들한 상태이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5초 정도 카운트 한 다음 찬물을 조금 넣는다. 다시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5초를 더 카운트한다. 적당한 국물과 많이 익지 않은 꼬들꼬들한 면의 상태를 확인하고 먹을 준비를 한다. 마지막 단계는 통후추를 그라인터로 갈아서 라면 위에 잔뜩 뿌리고 통참깨를 넣는다. 추가로 당일 컨디션에 따라 스프와 대파를 넣을 때 같이 고춧가루를 넣기도 한다. 오늘은 너무 매운맛이 당기지 않아 후추와 참깨로만 마무리했다. 이렇게 라면을 끓이면 정말 적당한 꼬들꼬들함과 국물 간이 아주 잘 맞는 맛있는 라면이 완성된다, 먹는 방법은 꼬들꼬들한 면을 김치와 함께 후루룩 먹고 찬밥을 국물에 말아서 먹기도 하고 그냥 국물만 마시기도 한다.
나의 레시피는 특별함은 없다. 물조절을 잘하고 대파의 잎 부분과 줄기 부분의 감칠맛을 잘 활용하면서 후추와 고춧가루의 매콤함을 가미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선호하는 라면이 없다. 나의 이런 레시피는 실험해 보니 순한 맛 라면이든 매운맛 라면이든 그냥 다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삶을 살다 보니 모든 것이 나의 기분이라는 게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다. 아주 단순한 라면 끓이기 레시피부터도 나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으니 말이다. 머리스타일이며 옷차림이며 나에게 적합한 운동 등 나만의 방식이 생겨난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런 레시피로 라면을 끓이면 우리 가족은 맛있다며 잘 먹는다. 그런데 우리 가족들이 라면을 끓이면 각자의 레시피로 라면을 끓여 온다. 특별히 내 레시피를 따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나의 레시피가 최고는 아닌가 보다.
예전에 우리 아이들이 라면을 너무 좋아해 우리 집 배 라면 경진대회를 열었다. 아이들이 둘 다 어렸을 때인데 초등학교 2학년 4학년이었던 같다. 라면은 특히 둘째 아이가 좋아했는데 초등학교 2학년 아이는 먹을 줄만 알지 끓일 줄은 몰랐다. 그래서 경진대회를 열었다. 그랬더니 초등학교 4학년 첫째는 제법 훌륭하게 잘 끓여 왔다. 하지만 물조절에 실패해서 한강라면을 만들어 왔다. 초등학교 2학년 둘째 아이는 그냥 커피포트로 물을 끓이더니 물이 다 끓자 라면그릇에 뜨거운 물을 담았다. 그러더니 스프를 먼저 넣고 봉지를 뜯어 라면을 넣고는 완성이라고 했다. 컵라면 방식을 봉지라면에 적용한 것이다. 맛은 제법 있었다. 물조절에 실패한 첫째의 한강라면보다 적당히 꼬들꼬들한 나름의 맛있는 라면이 완성되었다. 두 아이는 승패를 떠나 본인들이 끓인 라면이 더 맛있다고 본인들 라면을 열심히 먹었다. 아빠인 나는 그냥 "한 젓가락만" 하면서 조금씩 뺏어 먹었다. 둘째 아이의 라면을 먹으며 과거 군대에서 먹었던 뽀글이가 생각났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라면이다. 그 당시 라면을 먹고는 싶은데 냄비가 없으니 누군가 발명한 획기적인 라면이다. 봉지라면의 윗부분을 잘 뜯고 적당하게 라면을 부신다. 스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봉지 가득 담고 뜯은 윗부분을 고무줄 등으로 잘 묶는다. 면이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봉지째 먹는 라면이 뽀글이다. 둘째 아이의 라면 레시피는 그냥 뽀글이 같았다.
라면을 어떻게 끓이느냐는 성격의 차이도 나이도 기호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기만의 비법 같은 레시피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먹는 라면이 자신의 기호이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인 것이다. 나만의 기호 나만의 성격 나만의 레시피 나만의 지름길 나만의 스타일 등등 우리는 어쩌면 나만의 개성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고집스러운 나만의 성격까지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