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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이 Apr 18. 2023

내 친구 게으름

있잖아, 우리 절교하자

쟤한테 놀자고 한 적도 없는데 자꾸 따라와요


  오늘도 거하게 지고 말았다. 나의 가장 큰 적, 게으름한테. 

  내가 대충 11,000일 정도 살았다고 치면 그중에 8,500일은 게으름이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20년을 훌쩍 넘긴 관계. 그래 게으름은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이기도 하다. 걔한테 놀자고 한 적은 없었지만. 


  아니, 솔직해지자. 정말 놀자고 한 적이 없었나? 사실 난 으름이를 꽤 좋아했다. 필요할 때가 많았다. 관심이 가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만큼 게으른 태도를 보였고, 휴식을 원할 때마다 게으름을 꺼내 들었고, 내 게으름을 핑계로 하기 싫은 일을 피하기도 했다. 

  거기다 난 으름이랑 꽤 잘 어울리는 한쌍이기도 했다. 실컷 게으름을 피워도 대부분의 일을 남들만큼, 혹은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었다. 이 적당한 지능과 애매한 재능이 날 계속 게으름과 어울려 놀게 했다. 이런 나를 딱 알아보고 지겹도록 따라왔던 걸까? 



우리 절교하자. 이제는 하자.


  하지만 이젠 안다. 난 게으름과 멀어져야 한다. 아주아주 많이 멀어져야 한다. 게으름이라곤 몰랐던 것처럼, 처음 들어보는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 사람마다 인생에 허락된 게으름의 총량이 있다면, 나는 지난 시간 동안 아낄 줄 모르고 흥청망청 써버려 바닥이 드러났다. 게으름을 더 쓰려면 '제대로 된 인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할 텐데 나는 이 대출을 절대 갚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다. 


유튜브 채널 '발명! 쓰레기걸'의 영상 '최고로 멋지게 절교하는 법' 중 캡처

  비장하게 절교장을 내밀어 본다. 게으름아, 우린 오래된 사이지만 넌 좋은 친구는 아니었어. 나를 서서히 망쳐가는 그런 관계였지. 이제 나를 놔주라.


  첫 번째 절교장을 내밀었던 게 작년 8월 중순, 퇴사 직후였다. 그래서 난 게으름과 헤어졌을까? 어떤 말로 이별을 고했을까? 


  궁금하다면 다음 글로...

  왜 나눴냐면 너무 길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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