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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랑 Nov 08. 2021

‘시작’을 시작하기

시험관에 임하는 자세


다시 시험관을 시작했다. 열 달이 지났다. 아이를 품었다면 꼭 같은 시간만큼을 보냈을 텐데. 작년 세 번째 시험관에 실패하고 ‘이건 한번 해볼 수 있겠다’라고 선생님이 말했던 그 방법이, 새 병원 새 선생님 입에서도 나왔다. 꼭 이걸 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전제마저도 동일하게.


열 달을 쉬었다. 꾸준히 운동했고 살도 많이 뺐다. 놀고 싶을 때 놀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여행 가고 싶을 때 갔다. 진료를 언제보고, 배에 힘을 주면 안 되고, 회사 스케줄이 어떤지 골치 아프게 따지는 일을 쉬었다. 마침 정부에서 난임 지원을 늘린다고 하니 힘을 북돋아주는 것만 같다. 다시 안 올 것 같었던 ‘시작’을 시작했다. 배 주사를 시작하며 병원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내일모레 한 번 더 가면, 채취와 이식이란다.


마음을 비우라는 건 글에나 있는 말. 어느 정도까지 어떻게 마음을 먹으라는 답이 있다면 좋겠다. 내 뜻대로 안 되는 내 마음을 또 어떻게 붙잡을까. 사촌동생 결혼식 전 날, 채취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외부 기업을 만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전 날, 이식을 한다고도 들었다. 내 배 안에서 자라나는 난포와 나라는 인간의 스케줄은 서로 다르게 달려간다. 그래, 그게 인생이지. 답이 없는 것 같은 지금 이 시간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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