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혁명의 시작. 이름하여 맥북에어
스티브 잡스는 그 중에서도 현대 정보통신 분야에서 단연 발군이다.
미리 밝히자면
나는 애플이 뭔지 매킨토시가 뭔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 채 20여년을 살았다.
당연히 잡스도 잘 몰랐다.
그저 세계 최고 갑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를 싫어하는,
자존심 세고 성격 강한 (그리고 '말빨' 좋은) CEO로 각인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2008년 서류봉투에서 맥북에어를 꺼내든 순간,
바로 이 장면이다.
뒷목부터 온 몸으로 쫙, 순식간에 전이되던 소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는, 첫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어 스마트폰의 지표를 완전 뒤바꿔놓은지 불과 1년도 안 되었을 때였다.
키노트 링크가 뜨자마자 다운 받은 영상을 본답시고 좁고 어두운 기숙사 방 안에 쭈그리고 앉았다.
작은 모니터에서도 분명했다. 잡스는 항상 그렇듯 눈빛이 날카로웠고, 가벼운 옷차림이었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바스락, 하고 종이와 매끈한 금속 표면이 마찰하는 소리.
“yeah, there it is”
평범하고 단순한 문장으로 청중을 강하게 사로잡는 잡스 특유의 말투.
그의 만족스러운 얼굴.
으어어어… 마치 신음처럼 시작해 금세 컨벤션홀을 꽉 채웠던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
아이폰 센세이션을 과연 넘을 수나 있을까,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순간
가난한 학생은 감히 엄두조차 못내는 가격 때문에
맥북에어가 여러 차례 출시되는 동안에도 나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2주일 전, 눈 딱 감고 드디어 맥북에어를 구입했다. (그것도 할인했기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 번 꺼내어 작업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새로운 기기를 구입한 설렘보다는
애틋하고 진한 향수가, 아득한 그리움이, 밀려오곤 한다.
첫 맥북에어 시연 후 어언 7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천재' 잡스는 떠나고 없지만,
나는 이렇게 나마 매일 그 감격의 순간을 재연한다…..
(애플이 리드한 스마트폰 붐과 그에 따른 격동의 SNS 시대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는 설정이 아닌 기본적인 예의라고 우기며…..)
다시 한번 그 경이로운 명장면:
https://m.youtube.com/watch?v=OZ5fSDcA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