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보면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난폭한 꼬마의 장난감들이 나오죠. 우디와 버즈는 처음 괴물 같은 그들의 겉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가지만, 곧 그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을 하며, 영화는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는 식상할지언정 누구에게나 필요한 교훈을 남겨줍니다.
널싱홈에서 일을 하다 보면 그 꼬마의 장난감처럼 변해버린 사람들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사고로, 병으로, 혹은 정신적 문제로 팔이 없고, 다리가 없는 사람들도 있고, 말도 안 되게 살이 찐 사람들, 피부가 곪아 썩어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처음엔 정말 딱 그것들만 보입니다. 잘린 다리, 거대해진 몸에 옷이 맞지 않아 거의 다 들어내 놓고 다니는 몸통, 하얀 붕대와 반창고들 사이사이로 보이는 검게 변한 피부. 하지만 그들에게도 이제 막 구입한 깨끗한 장난감처럼 예쁘고 빛나는 외모로 모두에게 사랑을 받던 때가 있었을 테죠.
처음 Robert를 만났을 때 두 다리가 모두 잘려 휠체어 위에서 달랑달랑 움직이는 그의 작은 발 같은 그것이 왠지 무섭기도 하고 징그러워 보이기도 해서 최대한 눈을 두지 않으려 노력했었습니다. 그는 우리 할머니들과 같은 층이어서 자주 보였는데 매일 뭔가 공사가 다망한 듯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쁘게 움직였고, 또 하루에 몇 시간씩 1층 로비에서 방문객들에게 손 소독과 방문록 작성을 돕는 봉사활동 같은 것도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자주 어울려 다니는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네다섯 명의 상대적으로 젊은 할아버지들의 그룹이 있습니다. 뭔가 나쁜 남자들의 분위기를 풍기는 그들을 나는 일명 ‘탕아’ 들이라고 칭하는데, 다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며 굉장한 기동력을 선보이십니다. 외모 또한 범상치 않아서 어떤 이는 히피 같은 외모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가슴까지 내려오는 콧수염을 기르고 있고, 또 다른 이는 빨간 코에 몇 가닥 남지 않은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다니시고요. 그런데 그리 매력적이라 할 수 없는 이 모습들이, 보고 있자면 어쩐지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날씨가 화창한 여름날엔 삼삼오오 밖으로 나와 웃통을 벗고 햇살이 가장 좋은 곳에서 휠체어를 뒤로 잔뜩 젖힌 채 일광욕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에 찌들어 쉬는 시간 잠시 밖으로 나와 보면, 저 멀리 세상에서 제일 자유로워 보이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어디서들 구했는지 멋진 헤드셋을 하나씩 쓰고, 한 손에는 커피 한 잔을 들고요. 왠걸, 가만히 보니 다들 또 잘 생기셨습니다. 그중에서도 Robert는 돋보이는 수려한 외모에 2대 8로 정갈하게 빗은 머리, 키도 꽤 크셨을 듯 합니다. 터프하게 가죽잠바를 걸친 채, 나와 마주칠 때마다 낮은 저음으로 시크하게 “헤이, 스위리” 한마디 하고는 부앙~ 지나가는데 그 모습에 ‘오.. 젊었을 적 한 인기 하셨겠고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각각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을 처음 만났을 때 내게 가장 큰 인상을 남겼던 그 신체적 장애들도 아니고, 자글자글한 주름도 굽어진 등도 아닙니다. 항상 머리에 꽂고 있는 꽃핀, 수줍은 미소와 함께 비치는 보조개, 빠알간 립스틱이 발라진 입술, 머리에 항상 두르고 있는 스카프, 분홍 매니큐어가 발라진 손톱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것들입니다. 이제는 Robert를 보면 그의 달랑거리는 작은 다리가 아닌 그가 오늘 새로 매고 있는 파란 스카프에 먼저 눈이 갑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아오 내가 40년만 늙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