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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Oct 18. 2021

프롤로그

#1. 대형학원 마지막 레벨 이야기

한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수학을 지도한지.

1대1 개인과외에서부터 그룹과외 그리고 현재 몸담고 있는 대형학원까지.

그동안 참 많은 학생들을 만나며 맘처럼 안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하며 저도 참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일을 하며 배운 건, 수학만 잘 지도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심리상태도 잘 파악해야 고 전반적으로 학습에 대한 조언과 상담도 학생과 학부모님께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들이었어요. 그렇기에 심리학과 학습에 관한 책도 끊임없이 읽어가며 저도 배우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계속 공부하고 있지만요.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이야기

공교롭게도 공부를 매우 잘하는 학생보단 공부가 어렵고 공부가 잘 안 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났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수학이 어렵고 수학을 특히나 더 힘들어하는 학생들.

특히 현재 있는 대형학원에서는 마지막 레벨을 전담하고 있기에 더 그런 것 같어요. 앞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겠지만, 대형학원의 마지막 레벨은 참 다양한 학생들이 들어와요.

공부를 잘하는덴 이유가 딱히 없지만,

공부가 잘 안 되는 데에는 정말 다양한 이유들이 있거든요.

잘하는 학생들은 일단 그냥 열심히 해요. 열심히 하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성적이 좋아지고, 성적이 좋아지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선순환으로 더 잘하게 돼요.

반면, 공부가 힘든 학생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과 공부가 힘든 이유들이 있어요.

물론 저와 같은 강사들은 결과를 우선시 할 수밖에 없기에 '이유가 어찌 되었건 그냥 해. 그리고 좋은 성적을 받아.'라고 학생들에게 말하지만 때론 그 속마음을 들어봐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하더라구요.

그러면 그때 어떤 방향성을 갖고 학생을 코칭하고 상담하느냐에 따라 학생의 태도와 학습에 대한 자세가 달라지기에 저 또한 많이 배우는 수밖에 없고 이를 학생마다 시기적절하게 조언해주는 것 또한 제 임무가 되어버렸어요.


아쉬움과 기대

강사라면 누구나 학생들을 잘 지도하여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것이 어쩌면 강사 커리어가 되고, 잘 가르친다는 척도가 되니까요. 저 역시 강사 시절 초반엔 그런 목표를 갖고 일했던 것 같아요. 과외를 할 땐, 고3까지 지도하며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보기도 했으나 지금은 고3 수업은 맡지 않을 뿐더러, 중, 고등 모두 마지막 레벨을 담당하고 있기에 그런 욕심이 사라진지는 오래되었어요.

대신 현재의 목표는,

'최대한 나를 만나는 학생들을 짧게 지도하기'가 되었어요. 학원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있는 학원은 2달에 한 번은 시험이 있거든요. 윗반으로 올라갈 수 있는 시험.

그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윗레벨에서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이 어느순간 목표가 되었어요.

윗반으로 올라간다는 건, 그만큼 수학실력 향상과 더불어 어느 정도 학습습관도 잡혔다는 의미가 될 테니까요.

학원에 들어오고 느낀 건, 정말 수학을 잘 가르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이에요. 내가 알고 있는 교수법이 끝이 아닌 강사 또한 계속 배우고 자신의 교수법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것 또한 많이 배우게 돼요.

그래서 비록 마지막 레벨이라도,

나를 만나는 학생들의 성적이 좋아질 수 있도록 저도 그만큼  끊임없이 더 노력을 하고 있어요.

같은 개념과 문제도 다양하게 설명하는 방법을 배우고, 제가 지도하는 아이들에겐 풀리진 않지만 고난도 심화 문제들도 꾸준히 풀면서 감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은 결국 저의 지도 경력이 어디서 끝이날지 모르기에 열심히 스스로를 갈고닦아야만 한다는 것 느끼는 것 같아요.


시작하며.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지난 10년간 제가 만난 (조금은 특별한) 학생들에 대한 기록이자, 우리 아이만 이렇게 공부가 힘든가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부모님께 드리는 약간의 위로와 조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써보았습니다.

더불어 대형학원에서의 일상과 풀어내고픈 이야기들을 몇 꼭지 담아볼까 해요,

아무쪼록 유익하고 즐겁게 읽히는 글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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