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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Nov 14. 2021

이별 후 시간을 견디려면.

#6. 반하나 '우리'

https://youtu.be/sFlw_0OP904

항상 기다리기만 했었던 나도 / 먼저 연락 한 번 없었던 나도 

그렇게 우린 멀어진 거야

우리 처음 만난 시린 계절이 / 벌써 이렇게 다가왔고

날 재촉하던 너의 전화가 / 이제는 그리워 보고 싶어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져 / 서로가 서로를 못 본척하더라도 

그래도 가끔은 그때를 추억하면서 웃음 지어 

미쳐서 사랑했던 기억들이 빛바랜 사진으로만 남더라도 

다 좋았으니까 우리 


네가 선물해 준 작은 인형이 / 보일 때마다 생각났고 

내가 싫어하던 너의 장난도 / 이제는 그리워 보고 싶어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져 / 서로가 서로를 못 본척하더라도 

그래도 가끔은 그때를 추억하면서 웃음 지어 

미쳐서 사랑했던 기억들이 빛바랜 사진으로만 남더라도 

다 좋았으니깐 


먼 훗날 우리가 다시 만나면 /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흘러간다면 

그날에 내가 살았던 못 견디게 행복했었던 / 기억들만 간직해줬으면 해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져 / 잘해줬던 기억들만 떠올라서 

왜 이제야 생각나 날 힘들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 

미친 듯 사랑했던 우리 둘이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더라도 

참 행복했었어 




이별 1. 

이별을 할수록 익숙해질 줄 알았지만, 이별의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우린 아프고 괴롭기만 했다. 

익숙해지지 않는 이별에 할 수 있는 거라곤 결국 나를 방어하는 일뿐이었다.  

이별의 시간을 견디려면, 그 슬픔을 감내할만한 시간을 홀로 보내야 하고, 그 시간 동안이라도 온전히 나를 슬픈 감정으로부터 방어해야만 이별 후 돌아온 내 삶을 잘 살아낼 수 있게 된다. 


울며불며 이별을 고한 상대에게 매달려보기도 하고, 

나를 버리면서까지 술로 그 사람을 잊어보려 노력해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었는지 우린 몸의 감각으로 알게 된다. 

그렇게 익숙해지지 않는 이별의 경험치가 쌓일수록, 

우린 만남의 시작도 점점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이 연애의 끝도 결국 그런 이별의 잔인한 추억으로 남겨질까 봐. 

상처가 많은 사람은 이별에 더 민감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렇게 반응할 일이 아님을 뒤늦게 자각하게 되더라도, 

이미 상대에게 나의 예민함을 들켜버린 후의 후회인 것이다. 


좋은 이별도, 쿨한 헤어짐 같은 말 따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둘도 없던 우리라는 두 사람이 한순간에 남이 되는 일은 당연히 쓰라리고 고통스런 일이다. 

이별이 깊게 각인될수록, 서로 좋았던 기억이 나를 더 미치게 하고 

그 모든 순간들이 이제는 의미 없는 시간들이라는 것을 머리로 깨닫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이별의 주인공에게 필요한 건 결국 시간뿐이다. 

눈물로 시간들을 쏟아내고, 그 사람을 마음에서 지워내는 시간들을 거친 후에야 우리 삶은 비로소 그 사람이 없던 시간으로 겨우 되돌아갈 수 있게 된다. 


서로의 마음이 식어가는 것을 내 의지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건 그래서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른다. 

설령 서로가 아닌, 한쪽의 마음이 식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 또한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느 순간, 

식은 상대의 마음을 눈치챈다면 우린 서서히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덜 다칠 테니깐, 

이별을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함께 했던 좋았던 시간마저 이별의 상처로 갈기갈기 찢어질지도 모르니, 

뜨거웠던 사랑의 온도를 스스로 조금씩 낮추는 게 

이별 후, 내게 필요한 치유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고통 없이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이별로 인해 지난 사랑했던 시간마저 부정해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남겨진 내게 너무 슬픈 일인 것이다. 

좋은 이별은 없어도 누군가와의 인연도 잘 마무리해야만 지난날을 돌이켜 봤을 때 추억이 되고, 좋았던 시간들이 되어 상대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난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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