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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May 04. 2022

#14. 커피 한 잔.

커피 한 잔에 담긴 정성.

매일 한잔 이상씩 마시는 커피가 유독 다르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집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페거리.

그곳엔 수십 개의 카페들이 있다.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말고 순전히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걸고 생계를 위해 커피 한 잔을 정성다해 파는 그런 카페들만 존재하는 카페거리의 카페는 갈 때마다 커피에 정성이 느껴진다.

집에서 거리가 있음에도 시간이 날 때면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에 있었다.


그리고 이 카페거리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던진 한 곳을 방문했다. 6개 남짓한 테이블이 놓일법한 자그마한 공간에 이미 자리는 모두 차있었고 잠시 기다리니 한 자리가 생겨 그곳에 자리 잡고 메뉴를 살펴보았다.

모녀가 운영하는 듯한 이곳은 딸이 커피를 내리고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주변일을 도와주고 계신 듯 보였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항상 그렇듯 새로운 곳의 시그니쳐 메뉴는 피해 갈 수 없기에 이 카페의 시그니쳐 커피를 주문해봤다.


사장님은 시그니쳐 커피를 주문한 모든 손님에게

'위에 크림은 스푼으로 떠드시고, 다 드시면 커피를 따로 한번 드셔 보세요.'라고 주문을 외우듯 얘길 해준다.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크림을 먼저 먹어보니 크림은 꾸덕하니 진했고 달콤했다.

커피는 투샷이 들어간 듯 진했고 우유와 섞이니 부드러웠다.

크림과 섞지 않고 마셔보면 진한 라떼의 맛이, 크림과 같이 섞으니 달달한 크림라떼의 맛이 느껴졌다.


빨대로만 마시던 커피를 이렇게 잔에 마시니

커피 한 잔에 두 가지 맛이 느껴지며 커피를 만든 이의 정성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위에 크림은 오픈전부터 미리 만들어둬야 했을 것이고,

세 가지 맛 스콘과 다양한 재료를 섞은 에이드 또한 그 청을 직접 만든 듯해 보였다.


매우 조그만 가게에 손님이 계속 들어오는 듯하여,

예정보다 일찍 커피를 마시고 자리를 떴다.

커피 한 잔만 마시고 일어나기엔 아쉬워 이곳의 또 다른 시그니쳐 음료인 아몬드라떼와 포레스트 에이드 그리고 스콘 한 개를 포장하여 집으로 들고 왔다.


아몬드라떼를 포장해올 때도 사장님은

'처음에 그냥 홀짝홀짝 드시구요. 중간쯤 드실 땐 스푼으로 저어서 드세요'라고 또 마시는 법을 알려준다.

그렇게 마시니 정말 신기하게도 이 라떼도 두 가지 맛이 느껴졌다. (사진을 남기지 못해 아쉽지만) 설탕으로 둘러진 컵 주변으로 마실 땐 달달한 라떼맛이,

중간쯤 밑에 아몬드크림과 섞어서 마시니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시그니쳐 커피 두 잔을 마시고 나니

이곳은 꽤 오래도록 카페거리에서 사랑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은 비록 좁고 협소했지만 커피맛은 요 근래 마셨던 그 어떤 커피보다 진했고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다.


가계 말고도 자신만의 특별한 커피를 파는 카페가 이곳엔 즐비했다.

소비자인 내겐 다양한 선택지와 다른 곳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느낄 수 있지만 이곳에서 장사하는 분들은 마치 전쟁터와 같을 것이다.

누군가는 살아남을 거고, 또 누군가는 여기서 장사를 접게 되니깐.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이치고,

우리 또한 각자의 전쟁터에서 생계를 걸고 처절하게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난 어떠한 무기를 갈고닦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새로운 무기를 갖기 위해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

커피 한 잔에 담긴 정성에 생각이 많아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13.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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