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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Sep 22. 2022

후회라는 단어 앞에서.

ep 124. 10CM -  이 밤을 빌려 말해요. 

그런 순간들이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상대에게 말을 던져놓고, '아! 실수했다.'라고 느꼈을 때. 

누군가 날 위해 한 행동들에 때론 내가 너무 불편해 그 호의를 짜증으로 되돌려줬을 때. 

내가 선택한 길이 너무 힘들어 선택받지 못한 다른 길이 자꾸 눈에 아른거릴 때. 

내 실수 혹은 타인의 실수에 적절한 사과를 하거나 받지 못했을 때.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이런 거 저런 거 따져가며 실제로 행동에 옮기진 못했을 때. 

사랑 앞에 소극적이고 이별 앞에 두려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때. 


우린 살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과 후회를 하며 살아갈까요. 

후회라는 걸 조금 덜 하기 위해 내가 내린 선택에 최선을 다하고, 그 선택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고 인정받기 위해 우린 선택받지 못한 다른 쪽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아요. 

그런데 가끔 그런 순간이 찾아와요. 

시간이 흘러 내가 그때 내린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사무치게 느껴질 때. 

혹은 선택조차 하지 못한 그 순간에 대해 우린 뒤늦게나마 '그때 시도라도 해볼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후회하지 않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선택해보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참 내 맘 같지가 않아서 잘못된 선택 앞에 넘어지기도 하고, 또 후회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결국 우리 마음은 후회해봐야 돌이킬 수 없으니 내가 내린 선택에 최선을 다하자. 

이미 뱉어버린 말이니 주어 담지 말고 그냥 어물쩍 넘어가자. 

라는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난 그 순간을 후회해.라는 말을 터부시 하게 되고,

미안해라는 말을 자꾸 내뱉지 못하고 삼키게 되는 것 같아요. 


사과하고 후회하면 내가 너무 초라해질까 봐. 

상대가 나를 업신여기게 될까 봐. 

우린 사과에 인색하고 무언가를 정정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자기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이 밤을 빌려 말해요. 

그땐 정말 미안했다고. 

그때 내 선택에 후회가 되기도 하여 되돌리고 싶기도 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면 그냥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아가겠다고. 


특히나 미안함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친하다는 이유로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던 친한 친구들에게,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걸 이해해주겠지 생각한 연인에게, 

이 밤을 빌려 솔직한 당신의 마음을 전달해봐요. 


https://youtu.be/dQks31Ml4_M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다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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