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사랑 <더 퍼스트 타임>과 <이너프 세드>
우리의 삶은 10대와 20대, 30대를 거쳐 40대로 흘러간다. 나누기 편하기에 10대와 20대로 구분하지만 사실 19살이나 21살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11살과 21살, 31살과 41살은 그 의미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우린 다양한 일을 겪으며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성인으로 성인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그 성장 속에 사랑이라는 경험도 포함되어 시간은 흘러간다.
나에겐 슬프게도 10대의 사랑은 없고 짝사랑만 존재한다. 고백도 못해보고 먼발치에서 그 아이가 누군가와 만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쓸쓸히 10대를 보냈다.
20대의 사랑은 어설펐다. 순수하기도 했고, 때론 진하기도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상대에 대해 진지하진 못했다.
30대가 된 지금은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 어떤 모습의 사랑인지 잘 그려지지 않는다.
40대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지... 아직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오늘의 영화는 10대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The First Time>과 40대의 진득한 사랑을 다룬 <Enough said>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초록색으로 표기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실 분들은 패스!!)
고등학생인 남자 주인공 데이브(딜런 오브라이언)와 여자 주인공 오브리(브릿 로버트슨)는 홈파티에서 우연히 만난다. 학교 퀸카인 제인을 좋아하는 데이브는 그녀에게 고백 타이밍을 엿보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오브리에게 들키면서 서로 어색하지만 진지하게 사랑이야기를 풀어간다.
경찰의 출동으로 홈파티는 급하게 파해지고, 제인은 자신의 절친과 도망치며 데이브는 홀로 남겨진다.
그런 데이브를 바라보던 오브리는 데이브와 함께 거리를 배회하다 그날의 분위기에 취했는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이야길 나누다 깜빡 잠이 들어버린다.
그 날의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지만 학교 퀸카를 좋아하는 데이브와 남자 친구가 있는 오브리는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다. 영화는 시종일관 데이브와 오브리의 밀당을 통해 10대의 풋풋함, 첫 경험 등을 통해 서로에게 진정한 연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조금은 과장되게 그려간다.
이와 반대로 <이너프 세드>는 이혼의 경험이 있는 40대의 사랑을 그린다. 여자 주인공 에바(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는 마사지사다. 고객의 집을 돌며 마사지를 해주는 일을 하며 하나밖에 없는 딸을 키우는 돌싱녀이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 파티에 가게 되고 거기서 남자 주인공 알버트(제임스 갠돌피니)를 만나게 된다. 알버트 또한 딸아이가 한 명 있는 돌싱남이다. 두 사람은 모두 첫인상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지만 한, 두 번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연인이 되기로 한다.
사실 그 파티에서 에바가 알게 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친구의 소개로 메리엔 호프라는 여성을 소개받게 되고 그날의 만남을 인연으로 그녀는 에바의 마사지 고객이 된다.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는 사이에 이르렀고, 자신이 왜 이혼을 했는지, 전남편의 치부가 무엇이었는지 하나하나 에바에게 털어놓는다. 시간이 지나 메리엔이 알버트의 전처임을 에바는 알게 되지만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한다.
알버트와 메리엔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관계가 지속되면서 에바는 어찌할 바를 몰라하지만 그 시간들을 그냥 보내게 되고 자신이 경험한 알버트의 모습과 메리엔으로부터 들은 알버트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알버트와의 다툼도 조금씩 늘어간다.
이런 시간들이 반복되다 결국 에바는 두 사람 모두에게 자신이 양쪽 모두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들통나게 되고 두 사람 모두를 잃을 처지에 놓인다.
(반전 가득한 결말이 존재하지 않지만 이번에도 영화의 끝은 적지 않는다.)
영화는 10대와 40대의 사랑을 비추고 있지만 사실 사랑의 모습은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40대가 되었다고 해서 사랑에 능숙한 것도 아니고, 10대의 사랑이라고 해서 모두 풋풋한 것도 아니었다.
영화 속에서 발견한 사랑의 모습은 진지함이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상대에게 얼마나 진지한 게 다가갔는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얼마나 진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상대와 어디까지 꿈꾸고 있는지가 사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모습이었다.
10대는 아무래도 40대에 비해 사랑에 대한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인생이란 전체의 그림을 봤을 때, 경험이라는 것을 무시할 순 없지만 경험이 없다고 하여 사랑에 대한 진지함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많은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라도 잦은 만남과 이별 속에 상대에 대한 진지함을 잃어버린다면 그 경험은 오히려 독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우리는 얼마나 진지하게 서로를 대하고 있을까?
만남과 이별이 쉬워진 환경 속에 진지함을 찾는 건 어쩌면 고리타분할지도 모르겠다. 사랑 안에 '진지함'이 있다 하여 불현듯 다가오는 이별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지하고 가슴 아프다고 해서 사랑이 그만큼 성숙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진지하다는 건 그 정의 자체도 모호하다. 사랑할 때 모든 연인은 서로가 상대에게 진지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사랑이야기가 잔잔하고 조금은 유치하게 보이는 건 우리들의 사랑이 모두 밖에서 보면 그러하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소원해지거나, 이별을 맞이하고 난 후에 우린 상대에 대한 소중함과 조금 더 진지하게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영화 속 두 연인은 우리들의 모습처럼 때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사랑에 서툴기도 했지만 서로에 대한 진지함만은 간절해 보였다. 그런 진지함이 결국 연인 간 위기와 헤어짐 속에서도 서로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한 계기가 아니었을까.
영화가 끝난 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난 지금 얼마나 진지하게 사랑이란 걸 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