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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Dec 14. 2022

겨울에 들춰 보는 여름 일기2

아이의 태명은 ‘여름’이었다. 여름이라는 계절을 사랑하고, 수박과 복숭아를 사랑하고, 충만하다 못해 터질 것 같은 특유의 생기를 사랑하고, 무엇보다 출산 예정일이 여름의 한가운데였다. 우리는 별 고민 없이 여름에 태어날 아이를 ‘여름’이라 부르기로 했다.


정하고 보니 이보다 더 좋은 이름은 없는 것 같다. 여름이 어떤 계절인가. 무지막지한 초록에 압도되는 계절. 뜨거운 볕, 숨 막히는 습기, 비와 빛과 열과 아무튼 모든 것이 넘치는 계절. 아무 고민 없이 풍덩, 뛰어드는 계절.

알록달록한 여름의 예쁜 얼굴만 사랑하는가 하면,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나 장마 기간의 꿉꿉함, 숨 막히는 습기, 타 들어갈 듯한 볕, 뭐 하나 살랑살랑, 슬렁슬렁하지 않고 무자비한 계절이라는 점도 사랑한다. 봄, 가을을 좋아하지만 어쩐지 ‘사랑한다’고 하기엔 부족하다. 사랑한다는 말 안에는 못 견디게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이와 보내는 나날이 꼭 여름 같다. 미치겠다가도 또 다른 의미로 미치게 행복한. 추억과 사랑과 낭만은 언제나 여름 한가운데서 피어나지. 여름을 얼마나 뜨겁게 보내느냐에 따라 가을의 풍성함이 좌우된다. 그러니 언제나 만끽하렴, 여름 볕처럼. 네 이름처럼.


어린이집 숙제로 만들어본 생일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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