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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Aug 29. 2023

아무튼, 수구

내 꿈은 국가대표

 서핑에 대한 글을 연재하면서 <난생처음서핑>이라는 책을 출간하고 나서 한동안 글과 멀어졌다. 이전엔 무라카미 하루키를 따라 하며 매일 하나의 글을 썼었는데, 지금은 글 하나를 쓰기가 영 어렵다. 내 안에 있는 글 항아리가 바닥이 난 건지, 아니면 글에 대한 기준이 점점 높아져 이 정도 글은 글이 아니라고 느끼는 건지, 또 쓰고 싶은 게 없는 건지 글력이 시들시들하다. 그런 와중에 일도 바쁘고 바다는 멀고 자꾸 비바람이 치고 서핑을 못하는 날이 많아지기도 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라
쓰고 싶은 게 없는 걸 수도?


 글은 귀찮은 일이다. 특히 브런치는 더. 펜이든 노트북이든 핸드폰이든 들고 와르르 자판 위에 부어놓은 다음에 추슬러 정리하고, 또 틀린 게 있나 점검하고, 게다가 사람들의 이해와 호흡을 위한 사진까지 잘 배치해야 한다. 그런 번거로운 작업을 하면서도 스스로 기록하고 싶을 만큼 반짝이는 그런 순간, 최근엔 그런 순간들이 줄었다.


그렇다고 내 삶이 진부하거나 지루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만큼 사는 게 노련해졌다는 뜻이다. 전통방식으로 철을 제련할 때 가장 못생긴 순간 가장 빛나고 또 망치로 내려칠 때 사방으로 빛 덩어리를 뿌린다. 점점 모양이 잡히고 열이 식으며 예전만큼 빛을 뿌리진 않지만 날카로워지는 것처럼, 요새의

삶이 그렇다. 묵직하면서 예리하고 잘 정돈된, 은은한 빛이

나는 그런 삶. 이런 게 엄마가 말하는 늙는다는 얘기인가 싶기도 하다.


혹시 수구 해볼 생각 있어?


어느 날, 그런 내게 더기라는 친구가 물었다. 물 좋아하고 구기종목 잘하고 타고난 체격과 체형이 딱 국가대표 센터상이라나? 처음 듣는 스포츠에 귀가 번쩍 뜨였다. 아 물론 국가대표라는 말에도 귀가 흔들, 마음이 흔들거렸다. 캉캉- 뭔가 못생기고 반짝거리는 게 다시 내 삶에 나타나는 건가!


찾아보니, 수구 이거 보통이 아닌 운동이었다.



수구_waterpolo

수중 경기장에서 각각 7명으로 이루어진 두 팀이 물에 뜨는 공을 이용해 상대방 골에 공을 넣어 득점을 겨루는 수영 경기.

물속의 핸드볼이라고도 불리는데, ‘몸싸움이 허용된 ‘ 워터스포츠라니, 뭔가 무시무시하면서 매력적인 이 운동, 뭔데?


수구를 시작하기에 유일한 걸림돌은 거리였다. 애초에 저 설명에서 수중경기장으로 불리는 조건을 갖춘 곳이 우리나라에 없어도 너무 없다. 물속에서 떠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도 발이 안 닿을 깊이를 가진 수영장, 잠수하는 곳 아니면 찾기 힘들다. 이제는 안전문제 때문에 수영장을 더 얕게 짓는다고 한다. 그래서 수구를 하는 곳은 이 대한민국에 크게 두 곳뿐이다. 잠실 올림픽경기장과 인천! 그리고 비교적 가까운(?), 차 타고 1시간 걸리는 잠실 올림픽경기장에 수구를 등록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우선 글로 써야겠다. 아무튼 수구,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사방팔방에 널리 알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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