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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Nov 09. 2019

몰입의 즐거움

몰입하지 못하는 나, 여러 가지 변명 그리고



<몰입의 즐거움>은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과 함께 읽으면 더욱 도움이 된다. 두 책은 연애와 몰입에 대해 글을 쓰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 책의 등장과 함께 오랜 시간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있던 책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이 애정을 갖게 된 책인 만큼 나 또한 그랬다.

책은 몰입의 중요성, 그리고 몰입을 하면 나타나는 삶의 변화 등을 '역사, 일, 여가, 공부, 인간관계, 생활'의 범위 안에서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리고 몰입을 해야되겠다는 동기부여 역시 전한다. 


제법 많은 몰입을 경험하긴 했으나, 몰입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왔고 지금은 또 다른 이유로 그렇다. 아이들은 어리고, 둘은 23개월 차이다.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해야만 하는 일은 더 많은 기분이다. 집안일에도, 아이들에도 몰입하기가 어려운 날을 보낸다. 브런치 북도 정갈하게 다듬어 정리를 좀 해보고 싶지만 (... ) 하루의 일과는 상상 이상 고단하다. <몰입의 즐거움>에서 말하는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을 해보고, 인간관계의 덧 없음, 한계에 대해 부딪히고 골몰하다 보니 또다시 몰입과는 조금 멀어진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결국 다시 돌아와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힘 기르기, 그 때 그 때 만난 인연에 최선을 다하기를 다짐한다.


올 가을 대학원에 복학을 하려다 제적을 선택했다. 이제 네 돌, 두 돌이 지난 아이들에게 누군가의 보살핌이 꼭 있긴 하겠지만 부재중 엄마 노릇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투고도 해보고, 글을 계속 이어나가야지 했지만 무기력이 발목을 잡는다.


시험기간이 되면 뉴스가 그렇게도 재미있고, 해야 할 일이 많을 때는 청소를 꼭 하고 싶고, 책을 좀 읽어야지 하면 아이들 신발이나 옷을 사야 할 것 같은, 어릴 적은 참말 몰입이라는 것을 곧잘 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책을 모두 읽은 건 9월의 마지막 어느 날, 벌써 11월이다. 일주일에 책 한 권은 읽어야지 싶은데, 이마저도 실천이 어렵다. 이것 저것 찔끔찔끔 읽는데 이마저도 어딘가 싶다. 요즘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완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즐겨 읽던 육아서는 '읽기마저 육아라니'라는 생각에 자꾸 사두고 읽으려다 자괴감에 빠지기를 반복한다. 소설은 현실과는 동떨어진데다 이어서 읽지 않으면 인물과 상황에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이 가지 않는다. 과학, 인문, 사회는 왜 그런지 머리 쓰기는 싫고. 변명도 많다.


읽고 싶은 책을 읽지는 못하고 사기만 하니 그 사이에 새 책들이 쌓여간다. 그래, 읽어야 뭐가 남지 않을까 싶다.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이희재 역, 해냄출판


생물은 몸에 박힌 유전 물질을 본능적으로 어떻게 해서든 퍼뜨리려고 애쓴다. P 9


삶이란 우리 몸 안에서 벌어지는 화학작용, 신체 기관 사이의 상호작용, 뇌의 신경세포 사이를 오가는 미세한 전류, 문화가 우리의 정신에 부과하는 정보 체계에 의해 주로 규정된다. P 13


아직도 여자들이 가정의 물질적, 정서적 뼈대를 간신히 유지하는데 가용 시간을 모조리 쏟아붓다시피 한다. P 23


사람은 아무 할 일이 없을 때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깨달을 수 있다고 고대의 사상가들은 주장하였다. 그리스 철학자들에 따르면 학문, 예술, 정치 같은 자기 개발 활동에 시간을 투여할 수 있을 때만 우리는 진정한 인간이 된다. P23


우리가 보낸 하루하루를 모두 더하였을 때 그것이 형체 없는 안개로 사라지느냐 아니면 예술 작품에 버금가는 모습으로 형상화되느냐는 바로 우리가 어떤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에 달려있다. P 24


셋째는 타인의 부재로 정의할 수 있는 공간, 다시 말하면 고독의 공간이다.

(중략) 고독을 향유하는 수준은 못 되더라도 고독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P 26


사랑, 부끄러움, 고마움, 행복을 정말로 느끼는지 판가름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점에서 감정은 의식의 주관적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은 의식을 가장 객관적으로 담아내기도 한다.  P 29


행복은 우리에게 뭔가를 가져다주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가 좋은 것이라고 여겨지기에 우리의 추구 대상이 된다.  P 31


여기서 한 가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빈곤의 문턱을 일단 넘어서면 재산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그것이 행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P 33


의도의 경우는 정력이 단기간에 투입되는 반면, 목표는 좀더 장기적으로 투입된다. 우리가 도달하려는 자아의 모습을 결정짓는 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다. P 37


의식의 내용으로 감정, 목표에 버금가게 중요한 것은 사고의 인지적 과정이다. P 40


목표가 명확하고 활동 결과가 바로 나타나며 과제와 실력이 균형을 이루면 사람은 정신을 체계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 P 47


그러므로 몰입 경험은 배움으로 이끄는 힘이다. 새로운 수준인 과제와 실력으로 올라가게 만드는 힘이다. P 49


사람들은 화초가꾸기건, 음악 감상이건, 볼링이건, 요리건 대체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몰입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운전을 할 때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혹은 일을 할 때도 의외로 자주 나타난다. (중략) 명확한 목표가 주어져 있고, 활동의 효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과제의 난이도와 실력에 알맞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사람은 어떤 활동에서도 몰입을 맞보면서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P 50


연애와 섹스는 정서적, 지적 보상이 동시에 주어지는 안정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삶의 질 전체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 P 55


리처드 스턴이 묘사하는 하루 일과의 리듬은 그래서 귀기울일 만하다. (중략) 하루의 리듬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고독으로 들어가기와 고독에서 빠져나오기다. P 58


타인과의 교제에는 집중이 필요하다. 반면에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혼자 있을 때는 정신력을 집중할 필요가 없어서 마음이 서서히 무너지고 무언가 걱정거리를 찾게 된다. P 59


자기의 고민에 귀기울여 주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삶의 질은 이만저만 달라지지 않는다. P 60


여럿이 함께 있은 것이 경험의 질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대인 관계에 정력을 쏟는 것이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지혜로운 방법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P 61


자동차를 몰면 자유로움을 느끼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자동차를 '사색의 기계'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운전을 하는 동안 자기의 문제에만 몰두할 수 있고 아늑한 고치처럼 그 안에서 감정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P 61


정신이 구체적 과업에 쏠려 있지 않을 때 몸은 자기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P 64


그러므로 삶의 질을 끌어올리려면 먼저 우리가 매일 하는 것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어떤 활동, 어떤 장소, 어떤 시간, 어떤 사람 옆에서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를 포착해야 한다. P 66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면 필요하지만 내키지 않는 일과 쓸모 없지만 즐거운 일을 확연히 구분할 줄 안다. P 74


여가 시간이 행복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불행하게도 여가시간 그 자체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P 81


일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값지게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외부 조건이 아니다. 문제는 일을 어떻게 하고 일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에서 어떤 경험을 끌어내는가에 달려 있다. P 84


능동적 여가와 수동적 여가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며 심리적 효과도 당연히 판이하게 나타난다. P 90P


TV를 많이 보는 사람은 몰입 경험을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혹은 살아가면서 이렇다 할 몰입의 대상을 찾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부담스럽지 않은 수동적 여가에 의지하는지도 모른다. P 93


현대 문명은 라디오, TV, 나이트클럽을 비롯한 기상천외한 오락을 수도 없이 고안하여, 얼핏 따분하게 여겨지는 땅과 해, 바람과 별로부터 벗어나 우리가 색다른 자극을 얻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오래 전의 현실로 돌아가려는 것이 바로 항해다. P 97


일과 놀이가 하나로 어우러진 건강한 삶을 누리는 방법은 과연 이 길 밖에 없을까?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에 몸을 담그고서도 이러한 특성을 결합하여 삶의 방식을 새롭게 창조할 수는 없는 것일까? P 100


우리의 선조가 자유로운 시간에 아름다움과 지식을 추구하는 대신 수동적 여가 활동으로 일관했다면 지금의 세상은 얼마나 따분할까? P 101


시인이나 음악가, 발명가나 모험가, 아마추어 학자나 과학자, 예술가나 수집가가 될 수 있는 길이 우리 앞에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P 104


단 하루 동안에도 우리는 타인에 대한 평가와 교제의 양상이 수시로 바뀌며 그것이 감정에 여지없이 반영된다. P 106


아시아의 전통적 사고 방식에 따르자면 개인은 타인과의 어울림을 통해 조형되고 정제되기 전까지는 있으나마나한 존재다. (중략) '삼스카라'는 인생의 단계단계마다 따라야 할 새로운 행동수칙을 제공하면서 아이와 어른에게 삶의 틀을 두루 잡아준다. (힌두적 인간) P 107


마음의 균형을 잡는 데 남들과의 어울림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타인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시하고, 그 영향을 어떻게 하면 긍정적 경험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P 109


우리가 어떤 사람을 친구로 선택한 것은 그와 나의 목표에 합치점이 있어서이며 서로 평등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우정은 늘 새로이 정서적, 지적 자극을 주어 권태나 무감각이 스며들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중략) 많은 경우 몰입 경험이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은 활동의 내용이 금방 시시해지기 때문이지만 친구는 일평생 가도 끊임없이 자극을 줄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우리의 정서적 지적 기량을 갈고 닦는 데 큰 도움이 된다. P 110


'가정의 가치' 가정의 형태가 아무리 변화무쌍하게 펼쳐져 왔다고는 하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요소가 있으니, 그것은 곧 성이 다른 두 어른이 결합하여 서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면서 자식에 대해 책임을 함께 나누어 가진다는 사실이다. P 118


좋은 가정은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장을 북돋우면서도 애정의 울타리 안에 묶어들이는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복합적인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실력을 닦고 과제를 깨닫는 기회를 갖게 되어, 살아가면서 몰입 경험을 남보다 많이 할 확률이 높다. P 119


밥 먹듯이 자주 이루어지는 만남에도 현실의 유지라는 중요한 기능이 있는 것이다. P 120


사람들은 자신이 고독을 견디는 능력이 있다고 과신하는 경향이 강하다. P 121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고독을 즐기건 즐기지 않건 어느 정도의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P 121


이 창조적인 개인들이 삶을 헤쳐나가는 방식에서 우리는 사람이 외향적이면서 동시에 내향적일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읽는다. P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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