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의 무대는 씹는 맛이 있다

제 몫의 빛으로

by 조이


한동안 클래식을 들었다. 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 중고로 구입한, 음악 동화책과 세트인 CD였지만 가사가 없어도 즐길 수 있었다. 배경음처럼 틀어놓고 집안일을 하기도 했다. 어, 이건 어디서 들어봤는데. 하면서 간혹 반갑기도 했다. 그러나 텍스트가 없는 음악의 세계는 내게 두유와도 같았다. 마시는 것만으로도 영양분이 내 안에 흘러들어오지만 꼭꼭 씹고 삼켜서 소화해 낼 수는 없는.


텍스트에서 벗어나는 건 내게 불가능한 영역인가 보다. 음악을 감상하는데도 가사에 집중을 한다. 좋은 멜로디에 좋은 가사가 더해지면 황홀하다. 거기에 가수의 좋은 목소리까지 더해지면 마음이 그냥 녹는다. 마음은 녹아 흘러 영혼에 스며들고, 가사를 꼭꼭 씹어 소화하는 동안 뼈가 되고 살이 된다. 나는 이런 감각이 좋다.


좋은 멜로디, 가사, 목소리. 여기에 눈빛까지 더한 음악이 있다. 무대에 선 가수의 눈빛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듣는 동시에 봐야 한다. 누군가는 이것이 음악을 온전히 감상하는 태도가 아니라 말할 수 있지만, 텍스트 중심의 세계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문자에 입힌 음과 목소리와 그 실체를 연주하는 악기의 리듬에 집중하는 것이다. 악기에 혼을 담은 연주자의 움직임에 취해보는 것이다.


실제로 성악가들은 노래하는 것을 '연주한다'라고 표현한다. 그들의 몸통을 울려서 내는 음이라 그럴 것이다. 흉성, 두성 등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은 그 원리를 이미 이용하고 있다. 내가 감상한 도경수의 무대는 마치 말하듯 건네는 잔잔한 노래였지만 울림은 진했다. 눈빛과 목소리에 별이 떠다니는 것 같았다. 남자의 큰 눈을 부담스러워하는 편인데 그의 눈동자는 떼구루루 굴러가는 구슬 같았다. 청중들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그 눈빛이 가사처럼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위로가 되었다.


숱하게 스쳐간
감정들에 무뎌지는 감각
언제부턴가 익숙해져 버린
마음을 숨기는 법들

난 어디쯤에 와 있나
앞만 보고 달려오기만 했던
돌아보는 것도 왠지 겁이 나
미뤄둔 얘기들

시간이 가듯 내 안엔
행복했었던 때론
가슴이 저릴 만큼 눈물겨운 날도
매일 같이 뜨고 지는 태양과
저 달처럼 자연스레 보내

때론 울고 때론 웃고
기대하고 아파하지
다시 설레고 무뎌지고
마음이 가는 대로 있는 그대로

수많은 별이 그랬듯이
언제나 같은 자리
제 몫의 빛으로 환하게 비출 테니
숨기지 말고 너를 보여줄래 편히
네 모습 그대로 그래 괜찮아 괜찮아도

오늘 난 처음으로
솔직한 내 마음을 마주해
거울 앞에 서는 것도 머뭇대
이 표정은 또 왜 이리도 어색해

아름다운 건 늘 소중하고
잠시 머물다 아득히 멀어져도
늘 마주 보듯 평범한
일상을 채울 마음의 눈

그 안에 감춰둔 외로움도
잠시 머물 수 있게 해
그저 바라봐
부드러운 바람이 불면
마음을 열어 지나갈 하루야

때론 울고 때론 웃고
기대하고 아파하지
다시 설레고 무뎌지고
마음이 가는 대로 있는 그대로

수많은 별이 그랬듯이
언제나 같은 자리
제 몫의 빛으로 환하게 비출 테니
숨기지 말고 너를 보여줄래 편히
네 모습 그대로 그래 괜찮아 괜찮아도

두 손에 가득 채워질 추억들은
소중한 우리 이야기
진심이 담긴 마음이
시간이 지나 다시 기억할 수 있다면
말할 수 있을까
너도 행복했다고

너와 울고 같이 웃고
기대하고 아파했지
모든 걸 쏟고 사랑하고
마음이 가는 대로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할 고민거리
깊게 상처 난 자리
늘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이
언제나 그랬듯이 씻어내 줄 테니
흐르듯 살아도 그냥 괜찮아 괜찮아도


텍스트 없인 살지 못할 것 같은 나지만, 문자로 읽는 가사만으로는 내가 받은 감동이 오롯이 전달되지가 않는다. 그러니 꼭, 모두가, 이 무대를 감상해 보기를 추천한다.


도경수(디오)의 괜찮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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