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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y 25. 2024

뽀로로와 손을 잡다


애드포스트 첫날 수익에 기뻐했던 것도 잠시, 그다음 날부터 처참한 수익을 보니 블태기(블로그권태기)가 찾아왔다. 처음부터 큰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던 애드포스트였지만, 예상수익을 조회해 볼 때마다 마치 그것이 내가 힘들게 쓴 글의 가치인 것만 같아서 낙심이 되었다. 네이버 블로그 팀에서 도전장을 내민 ‘주간일기 챌린지’가 아니었다면 주 1회조차도 글을 발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블로그를 시작한 지 딱 3개월 만에 첫 협찬 제안이 들어왔다. 당시 내 블로그의 이웃수는 채 300명도 되지 않았다. 그전에도 포스팅 알바 제의나 각종 광고 제의가 종종 들어왔지만 죄다 수상하고 제안 방식도 깔끔하지 않았다. 게다가 네이버 알고리즘이 의심하는 어뷰징 문서에 해당될 경우 블로그의 품질이 저하될 것이 뻔하기에 한 번도 응답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어린이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뽀로로, 우리 아이들도 매우 좋아하는 그 뽀로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국내 굴지의 테마파크 담당자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제공 내역은 투명했고, 신청방법도 깔끔했다. 비밀댓글로 제공된 신청 양식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연락처와 희망 방문일자 등을 입력했다. 마침내 담당자로부터 희망일자로 방문 예약이 확정되었다는 연락과 함께 가이드를 제공받았다.


무료로 제공되는 4인 가족의 입장권과 제공되는 식사메뉴를 돈으로 환산하고, 지급되는 원고료까지 합하면 10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뿌듯했다. 체험단이 아니었다면 내 돈을 들여서 누려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돈을 번 기분이었다. 실제로 소정의 원고료가 현금으로 지급되어 돈을 벌었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누리고 온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이것이 모두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들로 인한 결과라고 생각하니 자존감이 올라갔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 나의 글쓰기가 어떤 서비스 혹은 재화로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가족들에게까지 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게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글쓰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슬프고 우울하고 답답할 때 주로 글을 썼던 내가, 즐겁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로써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표현하는 데 익숙했던 나는 낮에 쓰는 나의 글이 어쩐지 어색했다. 행복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도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아서 나는 어둡고 진지한 글만 쓸 수 있는 사람인 걸까, 자책했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행복의 순간을 맛보며 나의 생각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그 기록을 뽀로로가 응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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