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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l 22. 2024

가장 좋은 신발을 신고 대지 위에 서라


이 문장에서 신발은 내가 가진 것, 대지는 세상을 의미한다면 가장 좋은 신발은 어떤 것일까?

남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신발일까? 내 발을 보호하기 좋은 신발일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나의 상황에서 가장 좋은 신발은 대지를 느끼기에 좋은 신발이다. 물론 대지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 맨발로 서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세상을 맨살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몇이나 될까. 고운 황토흙이 깔린 대지가 아니고서야. 그것도 아니면 내 신을 벗을 만한 거룩한 고백이 있지 않고서야.


몸뚱이를 입고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 이 세상을 내가 가진 것으로 살아내야 하는 사람으로서 내게 가장 좋은 신발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대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신발. 짚으로 만든 신발이라고 할지라도 대지의 온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게 좋은 신발이다. 대지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발밑으로 고스란히 전달하는, 딱딱한 밑창을 덧댄 싸구려 구두라고 할지라도 그 불편한 느낌을 글로 풀어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내게 좋은 신발이다. 내가 섰는 대지가 자갈밭이라면 서 있는 그 순간은 아프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조차도 내 발을 감싸고 있는 소중한 나의 신발이다.


* 제목은 김종원 작가의 책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의 문장입니다. 문장에 대한 사색을 하고 글을 써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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