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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Mar 27. 2016

교집합

무언가 매료된 것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공통분모, 흔히 말하는 '서로 통하는 점'은 나로 하여금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며, 이 삭막한 세상이 생기를 띠도록 만든다.




중학생 시절, 나는 함수를 배웠고 벤다이어그램이라는 그림을 접하게 되면서 '교집합'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2개 이상의 집합에 동시에 속하는 원소 전체로 된 집합을 '교집합'이라고 하며 '공통부분'이라고도 한다는 것. A라는 집합과 B라는 집합 모두가 가지고 있는 원소들이 바로 교집합이라는 사실이 처음 배울 땐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벤다이어그램을 그려 보고 나서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수학을 공부할 때에 볼 수 있던 이 그림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그려보곤 한다. 인간관계도 수학과 마찬가지였다. 여기, A 집합과 B 집합이 있다. 두 집합, 그러니까 두 개의 원은 서로 교차되어 있고, 가운데 교차된 부분은 두 집합이 모두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이 영역을 수학자들은 '교집합'이라고 명명했고, 교집합을 이루고 있는 원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A 원과 B 원은 합동에 가까워진다. A = B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상대방과 나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하면 자기도 모르게 이끌리는 현상을 겪는다. 그리고 서로 비슷한 성격, 같은 취향, 닮은 스타일이 많을수록 더욱더 상대방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왠지 또 다른 '나'를 보는 기분이랄까.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외모, 성향,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훨씬 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고 한다.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상대방이 자신을 조금 더 잘 이해해줄 수 있을 거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취미가 같은 사람,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사람,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같은 사람,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 같은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고 잘 읽는 사람, 좋아하는 음식이 같은 사람, 자신처럼 여행 가는 걸 즐기는 사람.


타인과 나 사이의 교집합을 찾을 수 있는 명제는 매우 많다. 상대와의 거리를 재단하는 데 있어 지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수많은 명제들은, 인간관계에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만든 일등공신임에 틀림없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소개팅 자리에서 하는 대화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저.... 안녕하세요, OOO이라고 합니다."

"아.... 반가워요. 저는 △△△이라고 해요."

"요즘 날씨가 많이 풀려서 그런지 기분이 좋네요."

"맞아요. 날씨가 따뜻해진 게 정말 봄이 오긴 온 건가 봐요."

"네.... 그런데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서 피곤하실 것 같은데."

"오늘 정말 쉴 틈 없이 일만 해서 하루가 그냥 지나간 것 같네요. 아직 저녁도 안 먹어서 배도 고프고...."

"음.... 음식부터 시킬까요. 뭐 좋아하세요? 여기 맛있다고 알려진 레스토랑이에요."

"저는 봉골레 파스타요."

"어, 저도 그거 좋아하는데. 조개 소스와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역시 뭘 좀 아시네요."

"으음, 그럼 음식 나오려면 조금 걸리니까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좋아요, OOO 씨는 취미가 뭐예요?"

"저는 영화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최근에 개봉한 '헤일, x저!'라는 영화도 보러 갈 생각이에요."

"어머, 그거 조지 클루니 주연 아니에요? 그 배우가 참 마음에 들어서 보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하하, 조지 클루니 말고도 캐스팅이 매우 초호화급이죠. 스칼렛 요한슨도 주연이잖아요."

"예고편 보니까 스토리도 괜찮은 것 같은데, 정말 기대가 되네요."

"아, 그럼 식사 마저 하고 보러 갈래요? 밥 먹고 나가면 시간 딱 맞을 것 같은데."

"센스가 있으시네요. 좋아요!"



상대방과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는, 또는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이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특별한 것이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와 비슷한 점이 없어 보일지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중에는 상대방과 나의 공통점이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단순히 겉핥기 식이 아닌, 내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알 수 있다. 서로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축복이다. 


원이 점점 더 가까워져 갈수록 둘은 하나가 된다. 교집합을 찾으면 찾을수록, 자연스럽게 상대와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이. 내가 생각하는 A = B 의 의미이다. 한 사람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관계는 옳지 않다. 그렇게 되면 A⊂B 가 되어버리니까, 한쪽으로 기울어진 관계다. 


이렇듯, 어느 누구 하나 빠짐없이 마음을 나눠야 진정한 관계가 아닐까.


둘이건, 셋이건, 함께 하고픈 사람들은 각자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고 교집합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무런 노력 없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기만 하고, 자신을 그들 가까이하지 않으면 그건 진정한 관계가 아니다.


물론, 아무런 교집합 없이 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냥 이유 없이 끌리는 사람?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안타깝게도 영화 속에서 살고 있으며 우리는 그 반대의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유 없이 끌리는 것 같았지만 알고 보니 나랑 닮은 성향이 있었을 수도 있고, 같은 일을 하다가 첫눈에 보고 반할 수도 있다. 


그래, 교집합이 없는 사이는 조금 아쉽다. 상대방과 나 사이의 연결고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왠지 자신과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교집합을 찾는 건 겉보기에는 상당히 쉬워 보일 수 있으나 매우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교집합이 없어 보이거나 찾기가 정말 힘들 때, 그냥 새롭게 교집합을 만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Image i) google 

Image ii) 교집합 by henn kim .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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