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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여행자 Feb 28. 2017

열심히 해도 계속 실패하는 이유

'귀인 오류'를 주의하라


참 열심히 사는 우리, 왜 안될까?


우리는 참 열심히 산다. 유독 우리나라가 그렇다.  당신은 그렇지 않은가? 늘 무언가를 '열심히 갈고닦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그것이 사람이라면 갖춰야 할 기본 됨됨이고 미덕이라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이상하지 않은가?



열심히만 해서 문제다


문제의 본질은 '열심히' 그 자체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열심히 한 만큼 효율적이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는 데 있다. 열심히 하는 것과 성공이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실이 더 절망적이다.

짤방의 전설, '자포자기', '무력함'을 표현한 작품

여기서 사회의 부조리를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세상은 열심히만 하라고 우리를 내몰기만 했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제도화된 사회에서 인간은 그 제도에 최적화된 인간상을 내재화할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만 하라고 세상이 부르짖는 통에 '열심히'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우리에게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열심히 달리는데 여전히 매일 실패하는 것만 같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여기 네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나는 어떤 유형인가? (혹시 자신이 네 번째 인간형이라고 확신한다면  이 글을 읽지 않고 패스해도 되겠다.)

멍청한 사람들
계속 똑같이 실패하면서 계속 같은 방법으로 하는 사람들

보통 사람들
같은 일을 계속 실패하면서 조금씩 방법을 바꿔보는 사람들, 그러나 그냥 바꿀 뿐이다. 운을 기다리며.

헛똑똑이들
한 번 실패할 때마다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지만 실행을 안 한다. 실행을 안 하면 그다음 스텝은 결코 없다.

성공하는 사람들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다. 실패를 통해 의사결정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성공을 위한 기준은 물론 천차만별이다. 다만, 여기서는 한 가지에 집중하고자 한다. 현상을 분석하고 (특히 자신을 둘러싼 현상) 각 요소들의 역학 관계를 따져, 다음에는 더 나은 결정을 하게 하는 인간만의 능력 같은 것 말이다. '분석적 사유'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빠져있는 오류


최인철 교수는 대표적인 심리학 입문서인 그의 저서 <프레임>(일독을 권한다. 생각의 힘을 다질 수 있다)에서 제목 그대로 인간의 심리와 사고를 결정하는 '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책에 '귀인 오류'라는 표현이 정확히 언급되어 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제목에서 말하는 '프레임', 그  자체가 '귀인 오류'에서 말하는 인간의 맹점을 함의한다.  여기서 잠깐, '귀인 오류'에 대한 쉬운 풀이가 있어 알아보고 가자.


사람의 행동은 자기 생각과 외부 상황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그중 어느 한쪽의 영향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것이 ' 귀인 오류'이다.

  <스탠퍼드 스타트업 바이블> 中



시간을 좀 거슬러 이 명제를 경험론의 아버지 베이컨의 생각을 빌어 표현하면 우리들은 모두 '동굴의 우상'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동굴의 벽에 비친 사물의 그림자를 보면서도 그 사물의 전체 모습이라고 믿는 잘못이다.


동굴의 비친 내 사물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찰스 두히그는 그의 <습관의 힘>에서 '우리 뇌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라고 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생각의 효율화를 위해 우리는 직관을 개발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효율화의 부작용이 과적합(overfitting) 혹은 부적합(underfitting)이다. 우리의 관점과 사고가 세상의 정보를 제한적으로(효율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최적화되는 경향이다.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남의 탓.' 우리에게 사뭇 익숙한 생각 습관이다. 잘 생각해보면 이 습관에 바로 '귀인 오류'가 숨어 있다.


시야가 제한적이고, 입체적 사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귀인 오류'가 기본 탑재 옵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은연중에 그리고 폭넓게 내재화된 '프레임'이다. '반복되는 실패', '지속적인 성공'의 요인들은 다양하겠지만 이 글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이 이것이다.




교본이 없는 세계, '창업'


잠시 창업가들의 세계로 눈을 돌려보자. 이곳은 성공과 실패의 담론이 가장 활발하게 형성되어 있는 영역이다. 수많은 멘토와 선배들이 성공과 실패의 불문율을 이야기한다. 정설은 없고 오직 나와 주변의 성공 케이스, 그리고 영움담만 있을 뿐이다. 이곳이야 말로 '귀인 오류'의 함정에 빠지기 십상인 세계다.


다양한 경험과 연륜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오류에 빠지는 걸 피할 수 있을까


그도 그럴 것이 스타트업은 경영, 기술, 인문, 문화, 심리 등 어느 것 하나 빠뜨릴 수 없는 말 그대로 종합 예술의 세계이다. 제도권의 스펙과 기준으로, 혹은 특정 분야의 지식을 쌓았다고 해서 사업을 성공시킨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분야에서는 '교과서'라는 게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세계에서는 다양한 이론과 다양한 케이스를 끊임없이 학습하고 적용해 보아야 한다. 독서 경영이라는 말이 일반화되어 주로 큰 기업에서 제도화되었지만, 이곳이야 말로 (시간도 없는데)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워야 하는 분야다. 경력자들은 흔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능력 만으로 스타트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믿는데 이것이 '귀인 오류'에 빠지기 쉬운 대표적 예시가 아닐까.  




교본 없는 세계의 교본


얼마 전 <스탠퍼드 스타트업 바이블>이라는 제하의 스타트업 교본스러운 책을 발견했다. 어떤 책이 '바이블'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면 유독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지식에 있어서는 과장과 마케팅을 싫어하고 담백하게 전달해주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아무튼, 이 책도 '바이블'은 아니지만, 다양한 관점과 사고의 전환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외려 바이블보다 더 유익한 지식의 경험을 주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그러나 바이블은 아니다

책은 다른 스타트업 관련서들과는 눈에 띄는 차별점들을 가지고 는데 그중 몇가지만 소개한다.


첫째, 이 책의 이론적 모태는 스탠퍼드의 그 유명한 강의 'how to start a startup'인데, (주요 강사진실리콘밸리 최고의 엑셀러레이터 그룹, Y combinator라서 더 유명하다.) 저자는 성공한 중국의 창업자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스타트업의 성지인 실리콘밸리의 인사이트중국인의 시선으로 필터링하여 재생산한 텍스트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한 중국인의 썰에서 느껴지는 동양사상 특유의 풍미는 흡입력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


둘째, 저자는 창업자로서 성공하였고, 투자자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행간을 읽어보면 사용자(고객)의 감성도 풍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역할 경험이 비즈니스 공학에만 매몰되지 않고 입체적인 관점에서 창업 성공과 실패의 변인들을 분석하는데 효과를 주고 있다. '역지사지'의 기능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정서적 배려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경험자의 통합적 사고를 도와 '귀인 오류'를 회피하고, '프레임'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진짜 매력은, '귀인 오류'의 사례와 같이, 여러 가지 논리 이론들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통념을 가차 없이 깨 준다는 것이다. 공부하기 좋아하는 나도 스타트업을 비롯한 경영 관련서들을 다수 탐독해봤지만, 이 책만큼 관점과 사고의 전환을 강한 호흡으로 이끌어 낸 것은 드물었던 것 같다.


예컨대 '후건 긍정의 오류'이다. 다음과 같은 명제가 있다고 하자.

'위대한 아이디어는 처음에 별로인 것처럼 보인다.'

이제는 최소 20B 달러 이상의 거대기업들이 되어버린  우버, 페이스북, 구글도 창업 초기에는 '불법 택시를 불러주는 앱', '교내의 학생들의 사진 공유 웹사이트', '빈 화면에 오직 검색만 되는 웹사이트' 등으로 묘사되곤 했다. 위대한 아이디어는 처음에는 별로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스탠퍼드의 강의 'how to start a startup'  에서도 정확히 같은 내용을 언급한다. 'seems like a bad idea'와 'a good idea'의 교집합에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는 주장이다. '피터 틸'도 그의 <제로 투 원>에서 매우 유사한 뉘앙스의 주장을 하는데, '모두가 인정하지 않는데 자신 만이 믿는 진실'이 스타트업의 아이템의 좋은 출발점이라고 하는 부분이다.

좋은 창업 아이디어란 무엇일까?


그런데 위의 명제를 보고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고 하자. '위대한 아이디어는 처음에 별로인 것처럼 보이니까. 사람들이 별로라고 말하는 내 아이디어도 위대할지 몰라.' 즉, P->Q가 참이니 Q->P 도 참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자주 발견하는 '후건 긍정의 오류' 사례이다. 도식화해보면 너무 쉽게 드러나는 논리 오류인데, 창업 현장에서는 창업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목숨처럼 여기고 그 아이디어에 빠져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간과하기 쉽다.




최적화된 해법은 끊임없는 '최적화'


위에 소개한 책과 비슷한 느낌의 스타트업 관련서로 벤 호로위츠가 쓴 <하드씽>, 댄 피사로가 쓴 <핫시트> 등이 있다. 둘 다 미국의 성공한 창업자이자 투자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쏟아냈다. 내 느낌에는 이 둘은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의 책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판 자기계발서처럼 경험과 이론을 뒤섞어가며 당위적인 개론들을 설파하는 형식이랄까. 이게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스탠퍼드 스타트업 바이블>은 지속적으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통념을 깨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위에 소개한 세 권의 책은 스타트업 CEO(혹은 지망생)들은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들이고,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는 임원들, 나아가 자기 일을 모색하고 있는 사람들도 읽어보기를 권할만하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모두가 빌게이츠가 될 수는 없다
나를 키운 건 동네 도서관이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을 키운 건 독서의 힘이었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잠들기 전 독서를 하는 것이 그의 오랜  습관이라고 한다.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쉽게 정의하지는 못하겠지만 최적화된 해법을 제안할 수는 있다. 세상의 다양한 이론과 경험 사례들을 공부해서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보고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교훈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최적화'해 나가는 길이다. '최적화'를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충분한 양의 데이터이다. 우리 삶에서 '책' 선생이다. '사람'과 경험'이 데이터이다.




운칠기삼, 성공의 70%가 '운'인 이유


우리는  '성공'과 '실패'를 분석하는 사람들에게서 비근한 현상을 목도한다. '운'이라는 단어를 맹신한다는 점이다. 오래도록 성공의 요인을 찾았더니 결국은 '운'이더라 하는 선구자들의 숱한 말을 듣기도 한다. 성공과 실패의 마지막 변인이 '운'이 되어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운'이라는 글자 속에 모든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감추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안에서 자기반성, 자기분석에 대한 방관과 직무 유기가 발생한다.


세상의 모든 변수를 완벽하게 분석하여 그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세상의 모든 변수를 통제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많은 변수를 찾아내려 분투하고, 찾아낸 각 변수가 '현상'주는 영향력과 상관관계를 냉철하고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심지어 도박도 통제하지 않던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다. '성공'과 '실패'의 변인들을 찾아내고 통제 범위를 가능한 한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운'이라는 글자에 숨겨놓은 성공과 실패에 대한 무수한 변인들을 하나씩 밝혀내고 제거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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