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선화 May 03. 2017

4. 감정과 인간

감정의 주인은 누구인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변함없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세상이 가르쳐준 달콤함은 엄청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달콤함을 한 번 맛보는 순간, 그걸 몰랐던 이전의 나는 사라지고 잊힌다. 새로운 감정과 새로운 경험을 갖는다. 새로운 내가 탄생한다. 그리고 새로운 너를 마주한다. 

나는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다채로운 음색과 다양한 사운드, 그리고 가사들이 곧 활력이다. 음악이 곧 누군가의 인생을 담았기 때문일까, 다른 사람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는 내 속마음을 대신 노래해주는 듯한 가수들이 많다. 사람은 단순하지 않기에, 공감할 수 있는 노래, 마음을 만져주는 노래는 무한히 많다. 나는 요 근래, 절대 공감하지 못했던 노래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노래들이 나를 어루만져주었고 내 불확실한 마음에 힘을 실어주었다. 꼭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매 순간이 믿기지 않아서 꿈을 꾸는 게 아닌가 했다. 정말 신기했다. 왜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갈망하는지 알 것 같았다.

전부 한 사람 때문이었다. 너 자체가 새로움 그 자체였다. 


그러나, 나는 이 달콤함을 맛보지 않았어야 했다. 이렇게 금방, 또 허무하게 끝날 것이었다면.


이제 막 싹튼 어린 새싹이 어느 날 예고 없이 거센 폭풍을 맞이한 상황을 떠올려본다. 더 크고 예쁘게 자라날 거라는 기대감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내가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다. 목적지를 잃은 발과 잡을 것 없는 두 손은 방황한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정리되지 못해 잔뜩 널브러진 이 감정들을 감당하지 못하겠다. 손대기를 포기한 순간 수많은 생각과 수많은 감정이 나를 잠식한다. '나'로 살겠다는 다짐은 금세 무너져버리고, 답답했던 작은 공간을 뚫고 자라난 감정이 여기저기를 들쑤셔 놓는다. 감정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공기 속에 있는 것이었다. 바라보는 것, 가는 곳마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흘러내리고 있다. 불안정하고, 답답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계속 버텨야 한다.


오늘은 새로운 노래를 잔뜩 머금으며 잠들어야겠다. 이 노래는 나에게 과연 확신을 줄까. 그래도 새롭게 다짐 하나 하자면,  더 이상은 피하지 않을 것이다. 느끼는 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이다. 살면서 언제 또 올지 모를 '감정의 전성기'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3. 죽음과 삶의 관계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