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파 최고의 맛집인 몽족 홈스테이 식탁 이야기
베트남 사파(Sapa)에는 몽족 친구가 있었다.
“Big Tree Hmong Homestay”라는 이름으로 민박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다.
민박집 주인장은 요리사이자 오직 Cheer's 만 언어 소통이 되는 술친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베트남에 코로나가 심각하였을 때 안타깝게 도 몽족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가 친구를 빼앗아 버렸다.
지금은 홀로 된 부인이 혼자서 민박집 운영과 가이드 일을 하고 있으며, 아들과 딸은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몽족 민박집은 2층 목조 구조로 되어 있는데, 1층은 가족 방과 부엌, 거실 역할 하는 식사 공간으로 되어 있다.
부엌에는 식기 일부와 낡은 찬장이 전부이고, 가전제품은 낡은 소형 냉장고와 전기밥솥뿐이다.
2층은 마루로 된 여행객 숙소로 개인 모기장과 매트리스, 베개와 담요 한 장이 제공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따뜻한 온수가 나오고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집 뒤편으로 침대 방 3개와 수세식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해 예전보다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민박집 주변으로 가옥이 띄엄띄엄 몇 채가 있지만 해가 지면 주변 가옥도 어둠에 잠긴다.
가끔씩 멀리 이동하는 차량 불빛만이 보이고 맑은 날에는 하늘에 별이 보이는 것이 전부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잠을 자고 있으면 이른 새벽부터 수탉이 울어대어 새벽녘에 잠을 깨기도 하고, 비라도 오는 날에는 슬레이트 지붕 위로 떨어지는 요란한 빗방울소리에 새벽잠을 깨어 두벌잠을 자기도 한다.
언제부터인지 라오짜이 마을 단골 홈스테이에 갈 때면 하노이에서 항상 김치를 준비하였고 라오짜이 마을 가게에서 구입한 돼지고기로 만든 김치찌개가 저녁 메뉴에 추가하였다.
하노이에서 김치를 사서 배낭에 넣어 사파타운에서 라오짜이 홈스테이까지(지름길로 약 3시간 상당) 걸어가면 배낭 속 김치가 김치찌개에 알맞게 익는다.
사파에서 끓여 먹는 김치찌개는 정말 별미다.
김치찌개는 민박집 식구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다.
사파의 가정에서는 주로 남자들이 요리를 많이 한다.
아무래도 닭을 잡는 등 육류를 손질하고 칼과 웍(Wok)이 무거워 여자보단 힘이 있는 남자들이 요리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김치찌개를 끓이는 방법을 딱 한번 알려주었고 그다음부터 몽족 친구는 김치와 돼지고기를 사다 주면 알아서 잘 끓였다.
나중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두부를 넣은 업그레이드된 김치찌개도 만들었다.
몽족 친구가 요리를 할 때면 항상 부엌에서 구경을 하였는데 요리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몽족 음식은 우리처럼 양념 문화가 없어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버무린 김치 맛을 들이면서 김치를 가져다주면 무척이나 좋아했다.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푹 끓인 김치찌개는 밥상에서 인기가 제일 좋다.
김치찌개는 서양 여행객들을 비롯해서 모두가 좋아했다.
몽족들이 평상시 먹는 식사는 반찬 가짓수가 적고 소박하며 조리법도 아주 간단하다.
아무래도 노동 시간이 많고 밭에서 재배하는 작물 숫자가 적어서인지 요리 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것 같다.
보통은 텃밭에서 가져온 야채로 국이나 볶음을 만들고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볶아낸 한두 가지 반찬이 전부이다.
음식 맛을 내고 간을 맞추는 것도 소금, 간장, 조미료(MSG)가 전부이다.
우리처럼 음식 맛을 내는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깨, 참기름, 들기름, 다시마, 액젓 같은 양념은 전무하다.
민박집에 하룻밤 묶을 여행객들이 찾아오면 민박집 식탁은 풍성해진다.
민박집의 저녁식사 메뉴는 크게 바뀌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에 식탁에 접시가 많아져 진수성찬처럼 보인다.
몽족 민박집에서는 아주 귀한 손님이 아니면 집에서 키우는 살아있는 닭은 잘 잡지 않는다.
대부분 시장에서 닭고기를 사서 요리를 하는데 내가 방문하면 항상 살아있는 닭을 잡아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어떤 날은 특별히 오리를 삶아 주기도 한다.
날이 쌀쌀하면 집안에 있는 부엌에 불도 피운다.
그리고 고구마나 옥수수도 구워서 먹는데 불멍은 덤이다.
야채 메뉴로는 가끔 죽순 볶음도 만든다..
호박을 볶을 때도 있다.
스프링 빈 볶음도 나온다.
야채는 계절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리고 때론 스프링롤을 만들어 튀겨 주기도 한다.
민박집에서는 술을 Happy Water라 부른다.
Happy Water는 주로 쌀 또는 옥수수로 증류한 전통주를 마시는데 가끔씩 아티초크로 담근 술을 내어 주기도 한다.
사파 단골 민박집을 방문할 때면 언제나 저녁식사를 기대하게 된다.
간단하면서도 맛있게 차려진 밥상으로 가족들과 때론 여행객들과 함께 전통주를 곁들어서 저녁식사를 하다 보면 사파의 밤은 서서히 취해갔다.
오래전에 홈스테이 안주인 부모님 집에서 점심 한 끼 식사를 얻어먹은 적도 있다.
삶은 호박, 두부, 돼지고기 볶음, 야채 볶음이 전부다.
그리고 손님이 왔다며 국그릇 대접에 전통주가 가득하다.
사파에서는 낮술도 괜찮다.
민박집주인이 살아 있을 때 약 1시간 정도를 오토바이를 타고서 처음 가보는 Red Dzao(붉은 자오족)족 마을을 방문한 적도 있다.
자오족 할머니가 멀리서 왔다며 음식을 차려 주고 술도 한잔 권하였고, 갓 만들어 낸 두부를 한 그릇 가져다주었다.
따뜻한 두부가 맛이 아주 좋았었다.
사파에서 집에서 만든 수제 두부를 처음 먹어보았으며 자오족 집밥도 먹어 보았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우연히 맛보게 되는 맛있는 현지인들의 식사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현지인들이 식사를 권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사양하지 않고 먹는다.
현지 가정식 음식들은 식당에서는 먹을 수 없는 음식으로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먹을 수 없기에 사양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이 처음 보는 음식을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어 주면 음식을 제공한 그분들이 오히려 고마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음식을 제공해 주신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답례는 맛있게 먹어 주는 것이다.
음식의 맛과 질에 상관없이 제공하는 음식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으면 그 자체가 예의다.
그리곤 약간의 성의표시를 한다.
아이가 있으면 아이에게 약간의 돈을 집어 주거나 아니면 근처에 가게가 있으면 과자나 음료수등을 사서 전달하기도 한다.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살고 있는 환경의 차이가 있어도 같은 음식을 맛있게 먹음으로써 동질감을 느끼고 오고 가는 술잔과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소통될 수 있다.
몽족 친구가 생각나고, 몽족의 식사도 생각난다.
나에게 사파 최고의 맛집은 단골 몽족 민박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