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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한엄마 Oct 21. 2021

무아(無我)의 세계

7기 신나는 글쓰기(11) 

 비행기를 타고 다른 곳에 가면 시차가 문제가 된다고 한다. 영국은 우리나라와 반나절이 차이가 난다. 그래서 그런지 영국에 도착하고 꽤 오랜 기간 밤낮이 바뀌었다. 밤을 견디는 방법으로 지루한 책을 읽자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찾았던 책은 전생에 관한 책이었다. 김영사에서 나온 책이었기에 나름 허무맹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다른 책보다 반값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 전자책 속에서 나름 이 책을 고를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아이러니가 있나. 잠이 안 와서 다 읽은 것인지, 이 책이 재미있어서 다 읽어버린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룻밤 만에 다 읽어버리고 나름 나는 많은 걸 생이 반복된다는 전제 아래 바라보게 되었다. 이미 읽은 이상 이 이론을 무시하는 게 쉽지 않았다. 신기한 인연으로 만난 언니는 이 책을 읽고 흥분한 나를 보면서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확실히 외국 생활이 힘들긴 힘든가 보다.’라며 위로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온 대학생이 사이비 종교를 믿고 ‘도를 아십니까’라며 전도하는 사람과 비슷해 보였던 듯싶다.

 박진 여님의 책을 시작으로 그다음은 설기문 님의 최면 영상으로 이어졌다. 신기하게 최면 상태에서 전생이 보이나 보다. 자신의 전생을 줄줄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외계에서 왔다는 빵상 아줌마의 최면도 보았다. 우주에서 대단한 존재이기에 이런 하찮은 별에서 놀림을 당할만한 존재가 아니라며 엉엉 우셨다. 다른 건 모르겠고 설기문 박사님은 전생을 볼 수 있는 최면을 유튜브에 올려놓으셨다. 설기문 박사님이나 박진여님을 만나려면 백만 원 가까운 돈을 내야만 한다. 저렴하게 자신의 전생을 볼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닌가. 게다가 잠도 안 오는 이 밤에 최면 대신 기면에 빠져도 나쁠 건 없다는 생각에 눈을 감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칠흙 같은 어두운 우주 하늘인가 보다. 거기에 밝은 별들이 모여있는 은하수 같은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는 나는 눈으로 내 몸 밑쪽으로 바라보면 흰옷을 입은 듯싶고 주변은 밝은 빛이 휩싸이고 그리스식 긴 기둥이 있는 파르테논 신전 같은 그런 곳이었다. 밖을 보면 마을이 보이는 산꼭대기 같았다. 아니, 동산 위가 더 맞는 말이다.

 어쩌면 동산 위의 나무일 수도 있고 나무 위에 앉아있던 비둘기가 내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가끔 그 명상으로 들어간 이후 흰색 기둥과 동산 위 풍경이 자주 생각이 난다. 그 때가 바로 내가 가장 마음이 편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나는 항상 자유를 꿈꿨는데 어느 순간 이 세상에 살면서 자유롭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죽음을 택하기에는 죽음 이후가 확실하게 보장된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귀신이라는 혼백이 이 세상에 돌아다닌다는데 자유롭게 원하는 세상에 가지 못하고 도망가기를 원하는 이 세상에 그대로 딱 붙어서 육신이 없는 존재로 돌아다니는 것만큼 비참한 것이 어딨을까? 그래서 난 일단 사는 동안은 진심으로 살기로 했다. 나름 사회적 규칙을 잘 지키고 내 위치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만은 열심히 하자고 그렇게 결심했다. 그렇게 버티다 보면 죽을 때가 오고 그때쯤 죽음은 뭔가 홀가분한 내가 아니고 너도 아닌 그런 진정한 자유를 맞이하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전에 있던 생도 지금 있던 생도 다 벗어던지고 진짜 자유를 찾고 싶다. 그게 바로 전생을 찾으려 하고 지금을 버텨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눈을 감으면 어떤 세계가 펼쳐지나요? 누가 보이나요? 어떤 공간으로 여러분이 빨려 들어가는 편인가요? 그 장면에 속한 사람, 사물, 풍경에 대해 묘사해 주세요.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죠.

참고 문장)


「잘 가.」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눈은 장님이야. 마음으로 찾아야 해.」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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