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감자를 사다가 필러로 껍질을 벗기고 물에 삶는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자를 필러로 삭삭 벗겨내는 느낌이 좋아서 감자는 꼭 삶기 전에 필러로 벗긴다.
감자를 삶는 동안엔 버터에 양파를 볶는다. 어떨 땐 다진 돼지고기도 함께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지고도 한참 더, 오래 볶다 보면 감자가 다 익는다.
성급하게 꺼냈다간 감자 한가운데가 설익어서 딱딱할 수 있으니 젓가락으로 찔러보며 충분히 삶아야 한다. 삶은 감자는 커다란 볼 두 개에 반씩 나눠 담아 으깨고 소금과 후추(우리 집은 후추를 좋아해서 잔뜩 뿌린다) 그리고 마요네즈를 넣는다. 한쪽 볼에는 양파만 나머지 볼에는 양파와 함께 돼지고기도 넣는다.
숟가락을 들고 양쪽 볼을 열심히 섞는다. 처음엔 고상하게 조리대 앞에 서서 시작하지만 얼마 못 가 감자가 담긴 볼을 끌어안고 거실 탁자로 간다. 양이 많을수록 힘도 들고 팔도 아파온지만 항상 감자를 잔뜩 삶고 만다.
그다음엔 커다란 쟁반을 가져다 감자를 동그랗고 납작하게 빚는다. 매번 뒤로 갈수록 크기가 커진다. 그라데이션으로 커지는 납작한 감자 경단이 늘어날수록 생각한다. 이번에도 너무 많이 해버렸나?
이제 튀김가루, 계란물, 빵가루 순으로 입혀 튀겨내면 끝이다. 속은 다 익어있으니 튀김옷만 바삭하게 익으면 된다. 이게 감자 고로케의 좋은 점이다. 튀김이지만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것. 노릇하고 바삭하게 튀겨진 고로케가 쌓여간다.
감자 고로케는 사이다에도 맥주에도 잘 어울린다. 바삭한 튀김옷을 깨물면 속은 따끈하고 포실하면서 보드라운 고로케. 먹다 보면 케찹이 필요해진다. 감자 요리에는 케찹을 꼭 곁들여야 할 것 같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케찹은 필수다. 케찹이 없으면 영 심심하고 감자를 먹은 것 같지가 않다고 할까. 보드랍고 고소한 맛에 그냥 먹다가도 마지막엔 꼭 케찹이 생각난다. 나는 사실 케찹을 곁들이기 위해 고로케를 만드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종종 감자고로케를 만든다. 요즘 좀 재미없네. 새로운 게 없어. 그런 생각이 들 때 몇 번이나 만들어 본 감자고로케를 또 만든다. 낑낑거리며 숟가락으로 감자를 으깨려고. 한참을 불 앞에 서서 산더미 같은 고로케를 튀겨내려고. 그리고 그렇게 좀 지쳤을 때 고로케 위에 새콤달콤한 케찹을 뿌리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