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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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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선 Dec 20. 2022

화분 속에 지금이 있었다

 요즘은 식물을 키우는 것을 소소한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아무 식물이나 들일 수는 없다. 저 작은 털복숭이 가족에게 위험하지는 식물인지 검색해서 확인하는 게 먼저다.

식물이 고양이에게 안전하다고 해도 자리를 잘 잡지 않으면 고양이가 식물에게 위협이 된다. 언제 잎을 뜯어 먹힐지 모르기 때문에 화분의 크기를 보고 놓아 둘 위치도 미리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하나둘씩 신중하게 초록색이 늘어나고 있다.


 대체로 작은 화분들이라 작은대로 귀여운 맛이 있지만 당근마켓에서 사 온 고사리 화분만은 여름이 되면 쑥쑥 자라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줄무늬가 있는 화사한 색의 잎에 반했기 때문이다. 그 줄기와 잎이 늘어나고 풍성하게 늘어질 모습은 상상만 해도 멋지다.


그러나 과한 관심과 애정이 화를 불러오기도 하므로 괜히 들여다보다가 ‘좀 시들한 것 같기도 한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 때는 주의해야 한다.

 물이나 영양제 같은 걸 멋모르고 들이부어 독이 되기도 한다. 말려 죽이는 화분보다 물이 과해 죽는 화분이 더 많다는데 그 이유는 분명 나처럼 염려하기를 습관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관심이 약이다. 나는 그저 알아서 잘 눌러앉겠거니 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겨울이라 자라는 속도가 더뎌 항상 그대로인 것 같던 잎과 줄기도 어느 날 들여다보면 조금 자라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가만히 그 자리에 있는 듯 보이지만 끝없이 생명력을 뿜어내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한가한 주말 오후에는 화분의 흙이 얼마나 젖어 있는지 확인하고 물을 주거나 해가 적당히 드는 자리에 내어놓고 상태를 살핀다.

 잘 자라라고 정성을 들이는 일이, 열심히 살아내는 식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를 그 순간에 집중하게 만든다.


 어디서 듣기로 명상이란 마음을 지금에 머물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 같은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두어야 한다. 지금에만 물을 주자. 그래야 마음이 자란다. 아무리 눈을 감고 자세를 고쳐 앉아도 찾지 못했던 마음을 둘 '지금'을 화분의 흙 위나 이파리 끝에서 찾는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but today is a gi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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