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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민 Nov 26. 2021

나의 쓸모에 대한 단상

나를 위한 세상의 틈을 찾아서

내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세상에서 나의 쓸모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의심하게 되고 한없이 자신을 채근하며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짜증과 괴로움에 '넌 대체 뭘 원하는 거니?'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가끔 겪는 일이다.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정상적인 커리어의 세상에서 멀어진 후 이런 감정은 밀물과 썰물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처음에는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항상 새로운 것이자 나만의 것을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압박감, 비교기준이 없어 더욱 민감해지는 주변에서의 평가와 시선. 이러한 감정이 한순간에 몰려오는 때가 있다. 물론 괴롭다. 여러 번 겪어도 익숙해지는 순간들은 아니다. 딱히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쓸모 있게 서있을 수 있는 자리가 어디일까 고민하게 된다. 물질을 쫓기보다는 가치를 쫓았고, 안정을 쫓기보다는 흥미를 쫓는 게 내 팔자인지라 '나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해주지 않는 일이더라도 내가 생각하기에 '가치가 있는 일'이면 일단 뛰어들었다. 그렇게 진심을 다한 일을 상대방이 인정해주기보다는 이용하려는 모습에 상처도 받고 속상한 적도 많았지만, 나는 진심을 다했기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쩌다 여기까지 왔다. 딱히 무엇을 쫓는 삶이 더 나은 삶이라는 소신은 없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런 특성을 타고난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용기 있게 도전을 하는가?'의 질문을 자주 듣는다. 들을 때마다 나 스스로는 이 질문에 답을 할 자격이 있는가 되물어본다. 어떤 사람에게는 내 행동이 용기 있는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 스스로가 너무도 작아 보이는 순간의 일상을 버텨낼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다. 누군가 나를 보며 '도전'이라고 말하는 일들이 나에게는  '도전을 가장한 회피'일 수 있다는 생각에 괴로운 적도 많다. 정작 ‘도전’을 해놓고도 어떻게 끝낼지 몰라 막막한 순간들은 수도 없이 많이 만난다.


인생이라는 게 결국 세상이라는 큰 공간에서 ‘나’의 쓸모를 찾아가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가치있게 쓰일 수 있는 작은 틈을 찾아 비집고 들어가서 내 자리를 만드는 것. ‘이제 찾았다!’라고 말할 틈도 없이 세상은 계속 굴러가기에 끊임없이 그 작은 틈을 사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떨어져나갔다 다시 찾아오고. 세상을 등지고 나 홀로 오롯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강하지 않다면, 그저 굴러가는 바퀴에서 틈을 찾아 붙어있고자 하는 그 과정을 즐기는 수 밖에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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