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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민 Jan 16. 2019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출산 D-40

시간이 너무 빠르다. 처음 임신테스트기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출산예정일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물론 내 마음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아가가 너무 커버려서 고생하고싶지 않은 마음에 예정일보다 일주일 정도 먼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남은 40일이 40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디데이 달력을 샀더니 매일 눈 앞에 날짜가 보이니 더욱 실감이 나는 것 같다.


직장인들도 출산휴가에 들어간다는 34주차를 맞아 나도 본격적인 출산준비를 해야겠다고 일단 마음은 먹었다. 물론 협회 행사라거나, 학회 발표라거나, 라디오 방송, 강의 하나 등 아직 남아있는 일들이 좀 있긴 하지만, 거절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질수록 남는 시간에 출산을 위한 뭔가를 해야할텐데 요즘 하는 일이라고는 인터넷밖에 없다. 인터넷으로 출산후기 보기, 출산가방을 챙기지는 않으면서 남들의 출산가방 리스트만 주구장창 검색하기, 인터넷 쇼핑몰을 뒤적거리며 수많은 품목들 사이에서 버둥거리기, 중고나라에서 육아용품 검색하기 등.


출산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나의 상황이 어떨지 절대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어제 병원에서 하는 분만교육에 가서 선생님한테 유도분만, 제왕절개, 자연분만이 어떻게 진행되고 내가 어떤 케이스가 될지는 언제 아냐고 질문했다. 이미 인터넷의 수많은 출산후기를 통해 글로는 다 배운 상태였지만, 역시나 선생님의 대답은 출산이 가까워져야만 알 수 있단다. 물론 출산방법을 미리 안다고 내가 준비해야할 물건들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럼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은 훨씬 덜할텐데.


산후조리 비용이나 새로 구매해야하는 아기용품에 대한 부담도 꽤나 크다. 모든 걸 최소화하자는 신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막상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그래도 아가와 나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좋은 거 하고싶은데'라는 마음이 안 들 수 없으니 그 상황이 너무 괴롭다. 출산지원금이나 산후도우미나 정부지원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내가 부담해야하는 금이 훨씬 더 많기에 실질적인 준비를 하면서부터는 '이러니까 출산율이 떨어지지'라는 염세적인 말만 입밖으로 나온다.  


아가를 위해서 좋은 것만 먹고, 좋은 생각만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하는데 막달이 되니 출산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이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사야하는 게 많아지면서 세상에서 쇼핑이 제일 힘든 내게는 뭔가를 결정하고 금액을 지불해야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다. 결혼을 준비할 때 비슷한 경험을 했었지만, 결혼식이야 결정에 대한 책임은 식이 이루어지는 당일 나 혼자 지면 되지만, 아가와 관련된 결정은 나 뿐만 아니라 아가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더 스트레스를 받는건지도 모르겠다.


출산준비를 해야한다고 내 일을 멀리하면 이건 이거대로 스트레스. 출산준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일을 좀 해야지라고 마음을 돌리면 만삭인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건가 또 스트레스. 지금의 나는 과연 무엇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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