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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민 Feb 05. 2023

'엄마'로서의 내가 가장 빛날 때

내 인생 평생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울 이 시기.

낮잠에 든 아이를 눕혔다. 숨 고를 새 없이 빠르게 보이는 곳만 대충 정리하고 급한 일을 하나 처리했다. 이제 좀 쉬어볼까 생각이 들자마자 ‘으엥-!!!!‘


고작 30분 남짓 잤나 싶은 아이를 달래고 수유하고 놀아주고. 깬지 한시간반 정도 되니 또 졸려하는 듯 하여 아기띠로 안아서 재웠다. 겨우 잠든 아이를 또 눕혀놓으니 12시가 넘었길래 허겁지겁 어제 저녁 먹고 남은 국에 밥을 말아 점심으로 먹었다.


먹고 치운 후, 또 이제 좀 쉬어볼까 생각이 들자 아이는 귀신같이 깨서 나를 찾는다.

엄마가 되고나서 가장 큰 변화라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기가 “정말 너무 너무“ 어렵다는 거다.


‘나’에게 정말 중요하지만 마감기한은 없는 일들. 

예를들어 나를 위한 회고, 나를 위한 고민, 나를 위한 휴식, 나를 위한 독서, 나를 위한 멍 때림 등등.


나는 항상 집안일이든, 업무든, ‘일’을 하고 있는데 동시에 머릿 속에서는 다음주 첫째 어린이집에 보낼 선물 챙겨야지, 둘째 기저귀가 얼마 남았더라, 첫째 수면분리를 위해 주문한 침대 배송일 지정하기, 침대오려면 아이 방을 언제까지 치워놔야겠구나, 이모님 월급 보내드리는 날 잊지말아야지 등등 끊임없이 챙겨야할 일들이 떠오른다. 그러다보니 ‘여유’라는 단어는 잊은지 오래..


첫째가 요만할 때 이렇게 나를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나를 잃어가는 것 마냥 억울하고 우울한 감정이 더 컸었다. 둘째는 오히려 아이 둘에게 내 시간을 나눠주어야하니 현실은 더 어려워졌지만, 같은 감정에도 맷집이 생겼는지 생각보다 이 시기를 감정적으로는 더 잘 이겨내고 있다. 훌쩍 큰 첫째를 보면서 나를 ‘엄마’로서 필요로하는 이 시기 또한 곧 지나가리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보니 이렇게 작고 예쁜 아기의 시간들을 더 소중히 여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서있다 생각하면서 어떤 장면을 다시 보고싶은지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사람들 앞에서 차려입고 멋지게 성공한 모습의 ‘나’를 보는 것보다, 집에서 떡진 머리에 늘어진 티셔츠를 입었지만 아이 둘을 품에 끌어안고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던 ‘나’를 보고싶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비춰지는 ‘윤지민’으로서의 나는 지금 잠깐 쉬어갈지라도, 

‘엄마’로서의 나는 지금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시기라는 걸 잊지 않아야지.


내 인생 평생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울 이 시기. 

‘나’의 시간을 너희에게 내어주기를 주저하지도, 아까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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