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 하는 아빠의 수다 02
아들.
일상, 행복 이런 말들로 뭔가를 얘기하거나 쓴다는 것이 참 어렵구나. 차라리 수학적 풀이나 공학적 풀이는 준비만 된다면 명쾌한 답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야. 가벼운 듯 무겁고 쉬운 듯 어려워서 더 그런듯하구나.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은 흥미를 부르기도 하고 속터짐을 동반하기도 하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같은 철학자들도 어려운 말로 풀기는 했으나 인간 생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이라 했다. 행복 행복 행복....... 행복이 뭐지? 일단 행복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출처. 네이버사전)
아빠는 '생활'이라는 단어를 '일상'으로 바꾸고 싶다. '일상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이라고 정의해도 좋겠네.
일상의 중요성은 일상을 잃어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 2004년 30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태국 쓰나미에서 가족 모두를 잃었다가 다시 찾은 루카스라는 소년의 동영상을 참고해봐도 좋겠다.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더 기가 막혀. 빵 한조각으로 연명하며 강제 노동과 폭력에 시달리고 감기만 걸려도 쓸모없다고 가스실로 보내 생명을 앗아버리던 상황. 이런 상황에 처한 경우 절실히 그리워하는 것은 환희의 순간이 아니라 그냥 커피내리고 햇빛 받으며 거실에서 보냈던 그 많은 '일상'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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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강도 vs 행복의 빈도>
아빠는 대학생들과 대화의 기회가 많은 편이다. 원하는 대학에 오고 이성친구만 생기면 행복해질거라 생각했다고들 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적응'이라는 대단한 능력이 있지. 적응 능력은 인간이 생존하는데 꼭 필요한 것인데 아이러니하게 '대단히 큰 행복'도 금방 평범하게 만드는 주책도 가지고 있어. 좀 더 확장해볼까? 직장인들에게 무엇이 해결되면 행복하겠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돈 이야기로 귀결된다. 사람에 따라 다르더라만 대게 20억 이상있으면 행복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 (이건 공식 통계가 아니고 아빠의 주관적 통계니까 참고해) 실제로 그 분들에게 20억이 주어지면? 그것도 금방 '적응'된다는 거지. 그래서아빠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어.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20억 생겨도 잠시 행복하고 만다. 지금 행복한 사람이 20억 있을 때 더 행복해지는 것이다."
금새 적응해버리는 우리의 대단한 능력을 무능하게 만들면 될까? 아니. 절대 무능해지지 않아. 그게 무능해지면 생존이 어렵거든. 설령 그 능력을 무능하게 만들수 있다해도 더 큰 문제가 생겨. 다른 소중한 능력들도 무능해지거든. 행복은 얼마나 큰 행복이 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행복하냐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지. 너한테 물어보고 싶네. "현석아, 오늘 얼마나 자주 행복했어?" 아님 이렇게 물어볼까? "오늘 몇 번 행복했어?"
행복의 빈도를 채워주는 '껀수'들은 일상에서 찾는 방법밖에 없다. 일상이 '충분히 만족스럽고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가 되기 위한 꼰대의 잔소리를 들어봐라.
<일상이 행복으로 느껴지기 위해서는>
① 일상을 구성하는 습관
아빠는 '일찍' 이라는 것이 안될 때 불행하게 느껴져. 별나지? 아침 일찍 기상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기운없는 경우가 많아. 기차나 고속버스 출발시간 훨씬 일찍 가있지 않으면 가는 내내 속태우고 행복하지 않아. 강의가 있는 경우 강의장 근처에 2시간 전에 도착하지 않으면 불편해. 자기에게 행복감을 주는 습관들은 개인마다 다를거야.
습관은 이렇게 행동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태도의 문제이기도 해. 습관이란 '행동의 선택'이 아니라 '행동 이전의 태도에 대한 선택'이라는 말이 있어. 결국 태도가 행동을 결정한다는 의미인데, 얼마나 중요했으면 '모든 일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라' 라는 '국민 자기계발 멘트'가 탄생했겠니.
②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 시간 할애하기
일상이 지긋지긋하고 탈출하고 싶은 느낌이 드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일에 일상이 매여있기 때문일거야. 일상을 구성하는 일들은 급하고 중요한 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나눌 수 있어.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은 대부분 우리를 속여. 중요한 척 하면서 사실은 중요하지 않지. 회사에서도 효과성 떨어지는 회의, 다른 부서 또는 다른 사람의 부탁같은데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 중요함과 급함을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No'라고 말할줄 아는 용기가 이런 속임수에 속지 않는 방법이야.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은 '잉여'들이 보내는 일상에서 많이 나타난다. 과도한 음주, 게임, 도박, 인터넷서핑, TV시청 등이 있어. 적절하게 조절하면 휴식을 주기도 하지만 길어지기 시작하면 중독성이 있고 헤어나오기 쉽지 않아. 일상이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매달려 있는데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지.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하라는 거야. 그런데 이게 어려워. 중독성이 있는 것은 적당히를 잘 허락하지 않거든. 그래서 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듯 하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것이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이야. 미래를 준비하고 계획하고 영혼과 몸을 돌보는 일들이 이 곳에 속해. 자기계발 교육에 가면 이 곳에 집중하라고 하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어. 집중하라는 것이 시간을 많이 할애하라 또는 먼저 하라는 것으로 오해들을 하더라. 정확하게는 먼저 계획하라 이거든. 영어가 더 쉬울 수도 있어. Put first thing first. 중요한 일을 먼저 놓아라.(Put) 어디에? 자기 스케쥴표에 놓으라는 거지.
일상에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균형감있게 챙기는 것이 일상을 보람있고 의미있게 만들거라 생각해.
③ 소확행
요즘 언론에 많이 나오는 말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인데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쓴 말이라고 한다. 아침에 잔을 데우고 온도를 맞추고 커피를 갈고 내리는 너의 성스러운 의식을 볼 때 아빠는 그것이 너의 소확행이라는 것을 느끼거든. 요즘 아빠의 소확행은 간장치킨 먹으며 수다떨기, 기타 연습하기, 음악듣기, 초등학교 밴드참여하기 정도되겠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나의 소확행임을 '알아차리기'라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지나간다면 지루한 일상의 단편에 지나지 않거든.
④ 입밖으로 표현하기
구슬은 꿰어야 보배고 생각은 표현되어야 보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표현 안하는 분들이 참 많아.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평생 안하고 사시는 분들도 많지. 자식에게도 마찬가지고. 고마워도 고맙다는 말, 미안해도 미안하단 말 안하는 사람들 많아. 그 말을 들어야 하는데 못 듣는 분들도 안됐지만 그 말을 해야하는데 안하시는 분들은 더 안타까워. 행복이 멀어지는 것 같아서. 일상에서의 소소한 감탄들도 마찬가지야. 와 예쁘다. 와 좋다. 신기하다. 좀 과장되어서 얘기하면 이런 감탄을 하는 사람과 안하는 사람,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으로 나누어도 될 정도라는 생각이 들어.
⑤ 처음처럼
처음에 쓰레기 삼류소설인줄 알았다가 우연히 다시 읽게 되어 명작이란 걸 알게 된 책이 있어. '그리스인 조르바'는 네이버지식인 서재에서 추천 1,2위를 다투는 책이야. 아빤 개인적으로 번역된 책을 읽기가 싫더라. 잘 안 읽혀져서. 아빠 삶의 모토가 '있어보이기'라서 그 책을 읽어야 있어보일거 같아서 겨우 읽었어. 의무감에 읽은 책이라 아무 느낌 없었는데 우연히 책장에서 책들을 뒤적이다 이 책에 다시 꽂혔는데 단숨에 읽은 기억이 있어.
이 책에 주옥같은 부분들이 많지만 가장 특별하게 느꼈던 부분은 주인공 조르바가 사물을 보는 방식이야. 매일보는 그것들을 처음처럼 본다는 것이지.
수선화를 생전 처음으로 보는 사람처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139P)
조르바가 돌멩이를 걷어차자 돌멩이는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조르바는 그런 놀라운 광경을 처음보는 사람처럼..(중략) 아무렴. 위대한 환상가와 위대한 시인은 사물을 이런 식으로 보지 않던가!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199P)
조르바는 무아지경에 빠져든 듯, 입을 벌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처음 보는 사람 같았다.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P385)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이나 광경들을 처음보는 것처럼 느끼며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했어. 달라 보일거 같고 감탄이 절로 나올거 같거든. 감사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
일상이 행복으로 느껴지기 위한 습관 만들기,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 시간 할애하기, 소확행, 입밖으로 표현하기, 처음처럼 느끼기 모두 행복의 빈도를 높혀주는 요소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음악을 연주하듯 일상을 연주한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빠는 이 음악이 떠올랐어. 아름답고 다양하게 연주가 펼쳐지는데 놀라운 사실(아빠 기준으로)을 발견했어. 4마디 기준으로 화음진행이 똑 같다는 사실. 그렇게 변화무쌍하게 들렸는데 화음진행은 같았다니.
<일상에서 소소한 변화가 필요할 때 - 조지윈스턴 '캐논변주곡'>
클래식 감상하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그 음악을 처음 듣는 것처럼 신기해하며 '와 듣기 좋다'라고 감탄하면서 들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연주하는 사람이 내 앞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고마운 마음으로 들어도 다르게 들릴것 같구나.
어려운 클래식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니까 아주 간단하게만 이 곡에 대해 설명할게.
캐논은 돌림노래라 생각하면 간단해. 캐논변주곡은 4마디의 화음진행이 24번이나 반복돼. 일상처럼 말이야. 한번의 일탈도 일어나지 않아. 음악에서 일탈이라면 불협화음 정도로 비유해도 괜찮겠네. 일탈없이 소소한 변화가 있을뿐이야. 변화를 주어 연주한다 하여 변주곡이거든. 캐논변주곡에 대해 아빠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야. 이 곡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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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번 반복되는 화음진행에 전혀 지루함이라고는 느낄 수가 없어. 반복되는 일상도 우리가 변주하기 나름이겠지. 변주를 하려면 조건이 있어. 화음진행을 깨지 않은 상태에서 변화를 주어 연주하는거야. 일상의 틀 내에서 소소한 변화들을 주는거지. 일탈은 참 위험해. 저 아름다운 음악속에 불협화음이 들어간다 생각해봐. 화음이 깨지듯 일상이 깨지거든. 행복은 일상에 있고 일상이 행복이잖아.
너를 지켜보며 충분히 만족스럽고 기쁘고 흐뭇해. 그것도 매우 자주.
그래서 더 고맙구나 아들아.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자주 행복하자.